핀란드는 기후 위기와 관련해 스스로에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국가다. 203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법을 2022년 채택했다. 법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다른 선진 유럽 국가에 비해서도 10년 이상 앞선 목표다. 스웨덴과 독일이 2045년이고, 그외 유럽 국가 대부분이 2050년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핀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핀란드는 지난해 전체 에너지 가운데 절반 이상(52%)을 수력,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원자력발전 비중도 약 35%에 달한다. 화석 연료 비중은 7.7%에 불과하다. 화석 연료 비중은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낮다.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스는 핀란드 재생에너지 시장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8% 이상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핀란드가 재생에너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노키아 몰락의 충격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핀란드 최대 연구기관인 VTT의 타우노 바하헤이키라 반도체·양자기술 부사장은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에 큰 충격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며 “우리는 더 이상 한 기업이나 산업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녹색기술 및 청정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녹색 건축이 대표적인 분야다. 핀란드의 에코바이온은 재생 가능한 섬유로 단열재를 제조하는 등 친환경 건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포스포는 소형모듈원자로(SMR), 폐기물 관리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핀란드는 사용후 핵연료의 지하 처분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국가다.

윤용태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데이터센터 문제만 해도 한국은 규제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며 “폐열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하지 않아 핀란드처럼 폐열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헬싱키=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