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특수부대(폭풍군단) 병력 1500여 명을 파병했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북한군 1만여 명의 추가 파병을 위한 2차 수송작전도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동안 설(說)로만 떠돌던 북한의 파병을 우리 정보당국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가뜩이나 러시아의 공세에 고전하는 우크라이나와 자유민주주의 진영 입장에서 북한의 참전은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 파병에 대해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1만2000여 명 파병에 3차 세계대전까지 거론한 것은 그만큼 우크라이나 전황이 다급함을 보여준다. 다음달이면 1000일을 맞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서방의 피로감이 커진 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으로 군사적 지원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대전 언급을 과장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북한군 참전은 전쟁의 성격 자체를 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미사일·포탄 등 컨테이너 1만3000개 분량의 무기를 지원해 러시아의 숨통을 틔워준 북한이다. 고도로 훈련된 전투병력까지 가세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파병론도 재점화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곧 자유 진영의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험한 불장난’이 단숨에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혈맹 단계로 밀착하는 러시아와 북한만 우려되는 게 아니다. 최근 대만 포위 훈련을 진행한 중국의 위협 역시 예사롭지 않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수 조 달러의 해양무역이 막히고 한국과 일본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에서 가장 핵무기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은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할 처지다. 파병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어떤 첨단 군사 기술을 얻을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고, 이를 저지할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자유 진영의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역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대만 유사시에 대비한 세밀한 대응책 마련은 물론이다. 외교안보 문제만큼은 여야를 떠나 일치단결하지 않으면 국가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임을 정치권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