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우주선 스타십. 지난 13일 이 우주선의 1단부인 재사용 발사체 ‘슈퍼헤비’가 고비행을 마치고 메카질라 발사대로 내려앉자 이를 동영상으로 지켜보던 세계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인류가 만든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선 스타십이 다섯 번째 시험 비행 만에 1단 발사체 회수에 성공한 순간이다. 무게 3000t에 달하는 슈퍼헤비가 나비처럼 살며시 메카질라에 안착한 초현실적 장면의 배경에 수학적 최적화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수학 끝판왕' 우주탐사…스페이스X가 보여줬다
20일 과학계에 따르면 발사체가 날아가는 궤적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우주 탐사의 시작이자 끝이다. 우선 특정한 연료량으로 목표 지점에 도달해 궤도에 진입하도록 하는 목적함수 설정이 기본이다. 로켓 엔진이 연료를 소모하면서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발사체 질량, 비행 각도 등 고려해야 할 제약 조건이 무수히 많다.

스타십 5차 발사에도 수학적 최적화가 광범위하게 쓰였다. 특히 슈퍼헤비가 지구 대기에 재진입할 때 최적의 각도와 속도 등을 계산해 동체가 받는 압력과 고열 등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이 과정에선 미분방정식 등을 써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수천 번 이상 시뮬레이션해 안전한 재진입을 유도했다. 메카질라 발사대 착륙 시 슈퍼헤비의 자세 제어 알고리즘도 수학적으로 최적화했다. 착륙 과정에서 발생하는 흔들림과 불안정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역사상 가장 육중한 우주선 스타십의 5차 시험 비행엔 그만큼 제약 조건이 많았다. 수학적 오류가 하나라도 있다면 착륙 실패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전문가들이 스타십의 5차 시험 비행 성공을 ‘수학의 승리’로 일컫는 이유다.

박형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성능이 제한적인 온보드 컴퓨터(로켓에 내장된 컴퓨터)에서 실시간으로 최적화 문제를 수십 분의 1초 간격으로 풀어야 하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더 큰 도전이었을 것”이라며 “역대급 제약을 뚫고 이뤄낸 쾌거”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학적 최적화가 있어야 로켓을 올릴 수 있고, 우주선 여행과 우주인의 무사 귀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펼쳐질 심우주 탐사에서 수학적 최적화는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달, 화성 표면 등에서 로봇이 탐사 임무를 할 때도 수학적으로 최적화한 통신·제어·항법 소프트웨어(SW)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