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걸리던 '세탁시간 바로 안내'…LG전자, 3초까지 단축
“고객의 사용 흔적(데이터)을 확인하면 고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취임한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사진)이 회의 때마다 줄곧 강조하는 말이다. 경쟁사보다 앞서려면 고객의 페인포인트(불편 사항)를 찾아내고 이를 개선할 제품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LG전자의 이 같은 ‘고객 집착’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 연내 도입하기로 한 ‘세탁시간 바로 안내’ 기능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세탁시간 파악에 1분가량 걸리던 것을 3~6초로 앞당기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했다.

세탁시간 사전 알림은 LG전자 제품의 대표적인 차별화 기능이다. LG전자 연구진이 2021년부터 연구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독자 기술이다. 사용자가 세탁물을 넣자마자 AI 기반 모터인 ‘AI DD’가 드럼통을 미세하게 회전하면서 세탁물 무게를 감지하는 방식이다. ‘시작’ 버튼을 누르면 그제서야 드럼통이 여러 번 회전하며 무게를 감지하는 경쟁사 제품과 대비된다.

류 사장은 단순히 미리 알려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고객의 시간을 최대한 아껴주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분석이 동원됐다. LG전자에 따르면 고객이 세탁시간을 확인한 뒤 운전 모드를 변경하거나 ‘일시 정지’를 누르는 비율이 30%에 달했다. 예컨대 세탁물을 넣고 1분 뒤 세탁시간이 2시간 걸리는 것으로 나오면 외출이 급한 사용자는 정지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이 같은 불편을 개선하고자 세탁시간 바로 안내 기능을 LG 씽큐 앱 다운로드를 통해 국내 고객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2022년 1월 이후 ‘업가전’으로 판매된 세탁기가 대상이다. 업가전이란 제품 구매 후에도 성능을 개선하고 신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LG전자의 신개념 가전이다. 회사 관계자는 “LG전자 최고가 라인인 시그니처 세탁건조기에만 있던 바로 알림을 모든 고객에게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며 “사용자는 AI가 측정한 세탁물 무게를 바탕으로 적정 세제량을 조절해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작 버튼을 누른 뒤 빨래 양을 감지하는 기존 제품은 세탁 전에 권장 세제량을 알려주는 것이 불가능하다.

고객 요구를 신속하게 알 수 있는 것은 LG전자가 연간 1억 대에 달하는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류 사장은 취임 직후 ‘디지털 경영’을 선포하고 조직과 시스템, 프로세스 전반에 빅데이터 활용을 지시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