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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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해외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권 대부분은 '매그니피센트7(거대 기술기업 7곳)'을 비롯한 테크주 투자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방산·금융·바이오주 관련 ETF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18일까지 해외 주식형 ETF 중 'ACE 미국빅테크 TOP7 Plus레버리지(합성)' 수익률이 95.8%로 가장 높았다. 이 ETF는 AI 대장주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 빅테크 상위 7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이들 종목의 편입 비중만 95%에 달한다.

이외에도 테크주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ETF들이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89.51%·2위)' 'KOSEF 글로벌AI반도체(50.48%·5위) 'ACE 글로벌반도체TOP4PlusSOLACTIVE(49.68%·6위)'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48.8%·7위)' 등으로 집계됐다.

국내와 달리 해외 테크·반도체 ETF가 선방한 배경엔 관련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차이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AI 랠리에 동참할만한 기업이 부재할 뿐만 아니라,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삼성전자마저도 여기에 편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염정인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마케팅부 차장은 "해외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국내의 경우 세계를 장악하는 영향력을 보유한 SK하이닉스 등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다소 영향력이 약해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는 방산·바이오·금융 ETF의 수익률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ETF 중 'PLUS K방산' 수익률이 65.97%로 가장 높았다. 이외 금융주로 구성된 ETF들이 수익률 상위 10개 중 4개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이 48.43%를 기록했고 'RISE 200금융(42.26%)' 'TIGER 200 금융(41.85%)' 'TIGER 200 은행(41.67%)' 등으로 집계됐다.

은행주의 경우 고금리 상황 속 대출 성장으로 실적 증가세가 이어지고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 기대가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증권은 올 3분기 기업은행을 포함한 금융지주사 8곳의 합계 순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어난 6조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약 5조9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은행들이 3분기 어닝 시즌에 발표될 밸류업 공시에서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대감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며 "시장에서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밸류업 지수 편입 요구가 거센 만큼, 연말 리밸런싱(자산 재분배) 과정에서 지수 편입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 ETF의 수익률도 눈에 띈다.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의 수익률이 53.27%로 전체 ETF 중 3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와 'TIMEPOLIO K바이오액티브'가 각각 42.57%, 38.8%를 올렸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시작으로 금리 인하기가 도래하면서 바이오 기업들이 조달 비용을 낮추면서 실적 개선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생물보안법 수혜와 신약 허가 등 각종 호재가 이어지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에 앞으로도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가 주도주 역할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바이오 업종의 추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며 "SK바이오팜의 경우 4년 전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지난 분기부터 흑자 전환했으며, 알테오젠은 실적 가시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서 바이오 업종이 뚜렷한 강세를 보이며 이미 주도주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바이오 업종은 매크로(거시경제) 특성, 업황 개선 기대감, 주가 모멘텀(상승 여력) 등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