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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국제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4년 발간한 ‘글로벌 위험 보고서(The Global Risks Report)’에서 향후 10년간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위험으로 생물다양성 감소 및 생태계 붕괴를 꼽았으며, 생물다양성 감소는 다른 모든 위험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기후변화, 토지 용도 전환, 오염, 무분별한 개발 등 복합적 요인으로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생태계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쿤밍 선언 이후 높아진 관심

국제사회에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1993년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CBD) 발효와 함께 시작됐다. 한국이 CBD에 가입한 1994년 첫 당사국총회(COP1)가 열렸다. 이후 COP는 5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됐으며,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COP10에서는 ‘아이치 목표’를 채택해 2020년까지 생물다양성 보전 목표를 설정했으나 협약 당사국의 이행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후 더 실효성 있는 목표를 세울 필요성이 강조되자 2020년 COP14에서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글로벌 프레임워크(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GBF)’ 목표를 새롭게 정했다. 202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COP15에서 최종 채택해 2021~2030년 생물다양성 보호 목표를 구체화했다. GBF는 2030년까지 지구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한 4개 목표와 23개 세부 목표를 제시했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재정 지원을 연간 2000억달러로 확대하는 내용과 전 세계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흐름에 맞춰 2023년 한국에서도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한국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종합적 계획을 포함한다. 특히 생물다양성 보전과 복원을 위한 구체적 목표와 실행 계획을 내세웠다. 이는 GBF의 23개 세부 목표와 높은 정합성을 띠며 추진되고 있다.

○생물다양성 보고, CSRD·GRI 연계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기업에도 이와 관련한 재무적 리스크와 기회를 식별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는 기업이 생물다양성 손실에 따른 재무적 위험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TNFD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생물다양성 및 자연 관련 리스크에 관한 기업의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데 중점을 둔다. TNFD 권고안은 기업이 자연 관련 재무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다.

TNFD 도입이 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TNFD가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와의 상호 연계성과 운용성을 통해 생물다양성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고하도록 돕는 것을 꼽을 수 있다. CSRD는 유럽연합(EU) 내 기업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요구하는데, GRI는 이런 보고를 지원하는 글로벌 표준으로 기업이 CSRD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게 한다.

TNFD는 이 과정에서 생물다양성과 자연 관련 위험 및 기회를 통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해 기업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더 체계적으로 보고할 수 있다. 최근 GRI와 TNFD는 협력을 통해 보고 기준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해 기업이 중복된 보고를 피하면서도 CSRD 규제를 준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생물다양성과 재무 리스크

TNFD 같은 생물다양성 관련 이니셔티브의 가입 및 이행 현황을 살펴보면, 기업 간 편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에서는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TNFD 권고안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물다양성 관련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보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생물다양성을 단순한 환경적 요소가 아니라 장기적 재무 리스크와 기회를 관리하는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유럽 기업은 CSRD와 연계해 생물다양성 관리 수준을 높이고 있으며, 이 같은 선도적 움직임은 아시아, 특히 일본과 한국의 일부 기업에도 영향을 줬다.

글로벌 평가 회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리스크 관리 수준이 낮으며 생물다양성을 환경(E)의 일부 지표로 취급하는 데 반해 해외 선도 기업은 생물다양성을 중요 주제로 보고 관리하고 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와 일본 도요타는 국내 기업이 생물다양성 보전 선도 사례로 벤치마킹하기 좋은 회사다. 라보뱅크는 TNFD의 공동 개발 파트너로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대출 심사 과정에서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생물다양성 관리에 필요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한다. 또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표준화 시스템을 만들어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등과 협력해 농업 분야 등 특정 산업에서 생물다양성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다.

도요타는 생물다양성을 지속 가능성의 중요한 요소로 삼아 공급망 전반에서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자사 사업장과 지역사회에서 토종 보호 및 침입종 제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북미 지역 원주민 보호와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서식지 복원 프로그램, 나무 심기 등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생물다양성 관리를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생물다양성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모으고 있다.

생물다양성 중요성 커진다…기업 대출 심사에도 영향
이런 해외 사례는 국내 기업의 TNFD 공시와 생물다양성 관리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생물다양성 감소는 환경문제를 넘어 기업의 장기적 재무 성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다. TNFD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기업이 자연과 생태계를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고려한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국내 기업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TNFD 표준을 활용해 관련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이를 통해 장기 재무 안정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송수영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