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리밸런싱 돕는 전략적 파트너 되겠다"
“기업이 추진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 작업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길기완 딜로이트안진 경영자문부문 대표(사진)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거세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요구에 따라 기업 상당수가 사업구조 재편에 착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길 대표는 지난 6월부터 딜로이트안진의 경영자문부문을 이끌고 있다. 경영자문부문은 최근 조직개편으로 종전 재무자문본부와 전략·리스크자문본부를 통합해 만든 조직이다. 1995년 딜로이트안진에 입사한 ‘정통 안진맨’ 길 대표는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재무자문본부장을 거쳐 경영자문부문 대표에 올랐다.

그는 최근 기업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역량을 쏟고 있다. 그는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밸류업 압박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며 “기업들이 비주력 사업·자산을 정리할 유인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한편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M&A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이 같은 분위기에서 경쟁업체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매물을 팔아주고 원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자문사로서의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며 “사업구조 재편 전략을 기업과 함께 고민해, 거래를 주체적으로 발굴하는 게 달로이트안진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딜로이트안진은 기업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맞춤형 ‘M&A 자문팀’도 구성했다. 통상 글로벌 투자은행(IB)·회계법인은 인력 상당수를 금융 전문가로 채우고 있다. 반면 딜로이트안진은 컨설팅 전문가는 물론 해당 산업의 전문가도 M&A 자문팀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제약·바이오 M&A 자문팀에는 약사와 수의사 출신 전문가들이 회계사, 컨설턴트와 함께 협업한다.

길 대표는 “딜로이트안진은 섹터별로 산업 전문성을 갖추는 등 경쟁사에 비해 인력 다양성이 높다”며 “산업에 초점을 맞춰 개별 M&A보다 넓은 개념의 사업구조 재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구조 재편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길 대표는 “자문사로서 딜로이트안진의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딜을 쫓는 것보다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도 “후배들이 5년 뒤 더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길 대표는 조직 개편 이후 경영자문부문의 차별화 포인트로 ‘고객지향’과 ‘맞춤형 서비스’를 꼽았다. 그가 생각하는 과거의 딜로이트안진은 ‘명품 백화점’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와 서비스를 진열해놓고 원하는 고객은 알아서 구매하라는 식이었다. 그가 바라는 새로운 딜로이트안진은 ‘화장품 방문 판매원’이다. 길 대표는 “고객을 먼저 찾아가서 필요한 걸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자문사가 되겠다”며 “고객사들의 입에서 ‘딜을 클로징했다’는 말이 아닌 ‘딜을 성공했다’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길 대표는 올해 딜로이트안진의 랜드마크 딜로는 녹수 인수 거래를 꼽았다. 딜로이트안진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텍사스퍼시픽그룹(TPG)으로부터 약 4630억원에 글로벌 바닥재 기업 녹수의 경영권(지분 65%)을 사들이는 거래의 인수 자문을 맡았다.

길 대표는 “펀드 간 세컨더리 거래가 성사되려면 A펀드에서는 보지 못했던 성장 포인트를 B펀드에서 발견하는 게중요하다”며 “이런 전략적 포인트를 발굴하고 강조해 딜이 성사되도록 하는 게 딜로이트안진이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