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아세안 +3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면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면담 주요 주제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의가 매우 민감한 사안인 반면, 회담 시간은 제한돼 있어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한다.

늦은 오후 시작한 이날 면담은 길어지더라도 만찬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한정된 만남에서 한 대표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김건희 여사와 둘러싼 3가지 요구 사항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기대는 크지 않다. 친한계 인사들은 이날 회담을 앞두고 김 여사와 관련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나섰지만, 친윤계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독대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는 기사로 채워지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김종혁 최고위원도 "민주당의 반민주 폭거에 우리 당과 지지자들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김 여사 관련한 논란에 있어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회담 성과에 대해 "전망이 크게 밝지 않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지금쯤 벌써 면담하기 훨씬 전에 여러 가지 방법의 조치가 있었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인간적인 신뢰를 넘어서서 정치적인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거꾸로 '내가 잘되기 위해서 당신은 좀 죽어달라' 식의 요구라면 그것은 성사가 잘 되기 어렵다"며 한 대표의 요구 사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친윤계로 꼽히는 인요한 최고위원도 "허심탄회한, 건설적인 좋은 대화를 저도 역시 기대한다"며 '성과'보다는 '허심탄회한 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의힘 대표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 관계에 있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 의원은 한 대표가 제시한 3대 요구에 대해 "대통령 입장에서는 다 거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은) '네가 뭔데'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라며 "(한 대표가) 김 여사가 굉장히 이런저런 전횡을 한다는 것을 검증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또 독대 호소하다 끝날 것 같다"며 "이미 그때 (김 여사 특검법) 표결을 하겠다고 했으면 좀 더 지렛대가 생겼을 텐데 지금은 그냥 독대 마니아같이 돼버렸다"고 비꼬았다.

면담이 끝난 뒤 사후 브리핑이 있을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후 브리핑 여부 등은 확정된 게 없다"며 "내부 논의와 당과 조율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곽규택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오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면담 후 브리핑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