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준우 S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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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전국노래자랑'과 SBS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에 출연해 다른 사람들 웃기고 싶었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힙합에 빠져 래퍼를 꿈꿨고, 2011년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훈민정음 랩'을 2008년 공개하며 연출자가 되기 전에 그 시대 'UCC 스타'로 먼저 주목받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 '노들길 살인사건' 등을 연출하고, 현재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 싶다'를 담당하고 있는 도준우 PD의 약력이다.

도준우 PD는 2008년 SBS 예능국 PD로 입사했다. 이후 사표를 냈던 그가 우여곡절 끝에 교양국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 합류했지만 이제 SBS 내에서도 '그것이 알고 싶다'를 오래 한 연출자로 손꼽히고 있다.
/사진=도준우 S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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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전문 PD'라는 타이틀에 민망해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와 '궁금한 이야기 Y'를 합하면 10년 넘게 범죄 사건을 파헤쳐 왔던 그였다. 그런 도준우 PD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스릴너머'를 내놓았다. "제 인생에 출판이 있을 거란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3번째 받은 출판 제안에 "흔들렸다"는 그는 "'PD를 꿈꿨던 시점부터 최대한 많이 쓰라'는 출판사 담당자분의 말에 기억을 되짚어 초등학교 때부터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이라며 '스릴너머'가 나오게 된 과정을 전했다.

"처음엔 제 인생, 내 얘기에 누가 관심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세번째 제안이 오니 조금 흔들리는 거예요. '내가 호기심을 끌만 한 부분이 있나' 싶은 거죠. 그래서 미팅을 잡게 됐고, 사람들이 '방송국 놈들'이라고 하는데, 그분들도 그런 게 있더라고요. 두 번째 만남에 바로 계약서를 들이밀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못이기는 척 하게 됐습니다."

주말마다 오전부터 밤까지 꼬박 7개월을 투자한 덕분에 '스릴 너머'는 탄생할 수 있었다. '범죄 전문 PD의 묻기, 뚫기, 그리고 뒤집어엎기'라는 부제처럼 개그맨과 래퍼를 꿈꾸던 학생에서 예능 PD로 방송사에 입사하고, 교양국으로 옮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만나 방송하기까지 자신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질문과 반전들이 담겨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그의 주변에 있는 실존 인물들도 책에 등장한다. 긍정적으로 묘사된 인물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에 "허락은 받은 거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등장하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모두 책을 줬다"고 했다. 특히 래퍼를 꿈꾸고, 방송사 시험을 준비할 땐 여자친구였고, 현재의 아내에게는 "미리 검수까지 받았다"며 "책에 등장하는 피해자와 유족들 외에 사전 검사를 받은 건 아내가 유일하다"면서 웃었다.

오히려 "언급하지 않아서 '아차' 싶었던 사람도 있었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의 대들보인 MC 김상중에게 미안함을 드러냈다. 도준우 PD는 "일과 저의 개인적인 관계를 떠나 존경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언급했다"며 "다만 책이 나온 후 (김)상중 선배에겐 드리면서 '너무 언급을 안했네' 싶긴 했다"고 말했다.
/사진=도준우 S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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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를 써준 배우 배두나 역시 정작 책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도준우 PD는 "추천사는 범죄와 관련된 분으로는 박지선 교수님이 가장 잘 써주실 거 같았고, 범죄와 관련 없는 분 중 이 책을 재밌게 읽어주실 분이 누군지를 고민했다"며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콘텐츠인 '그알저알'에 한번 나오신 적이 있는데, '그것이 알고 싶다'는 프로그램 자체를 '리스펙트'하는 게 느껴졌고, 큰 눈망울에서 진심이 보였다. 2번밖에 뵙지 않았지만, 왠지 해주실 거 같았고, 역시나 흔쾌히 해주셨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도준우 PD는 10년간 범죄를 다루는 콘텐츠를 제작해왔지만 "고소를 당한 건 딱 한 번 뿐"이라며 "사실 고소보다 무서운 건 '결방'"이라며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압박을 털어놓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30년 역사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같은 소송이나 올림픽 중계 등의 이유로 편성이 밀린 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펑크가 난 적이 없다"는 기록이 연출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

"이런 프로그램을 하면서 고소를 안 당하면 이상한 거죠. 오히려 한 번도 안 당하면 '열심히 안 했네' 이런 말을 듣고요.(웃음) 고소는 무서운 게 아닌데 귀찮은 거고요. '불방'을 남는 평생 따라다니는 치욕적인 일인 거죠. 그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과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그렇지만 정작 10년 넘게 연출자로 일하면서 처음 공황장애로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찾은 건 정시 출근과 퇴근이 가능해진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채널을 담당하면서였다. 스스로도 "충격이었다"고 고백할 만큼, 도준우 PD는 "처음 진단받았을 때 당황스럽고, '이럴 리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방송할 땐 방송이 끝나고 휴식 주간엔 푹 쉬는데, 유튜브는 계속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구나 싶더라"라고 털어놓았다.

그런데도 도준우 PD는 5년째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채널을 이끌고 있다. 단순히 '그것이 알고 싶다' 요약편과 예고 영상이 올라오던 채널은 도준우 PD가 부임한 후 '그알 마피아', '스모킹권', '지선씨네마인드' 등의 콘텐츠를 선보이며 '그것이 알고 싶다'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특히 박지선 교수가 범죄심리학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지선씨네마인드'는 SBS 유튜브 콘텐츠 최초로 방송에 정규 편성되기도 했다.

"불안감을 갖고 5년이나 했다는 게 신기하긴 한데, 그래도 지금은 재밌어서 제가 먼저 손들고 가겠다고 하고 있진 않아요. 회사 내에서 제 연차에 갈 수 있는 자리는 많은데, '그러면 '그알' 유튜브는 누가 하지?'라는 말이 나오면 그대로 원점이 되는 거 같더라고요. 제가 다른 곳에 가고 싶다면 손들고 가겠죠. 근데 그게 지금은 아닌 거고요."

내년 공개를 목표로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일 신규 콘텐츠도 구상 중이다. 이미 '지선씨네마인드' 시즌3격인 '지선씨네마인드 히든트랙' 제작이 확정됐고, 범죄전문가들의 마피아 게임을 업그레이드한 마피아 게임 보드게임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딴따라 같은 기질에 예능 PD 출신이다보니 제가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사명감을 갖고 만들 수 있을 거란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어요. 준비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피해 다녔고요. 그런데 어느덧 제가 제일 오래했더라고요.(웃음) 그 사실도 책을 쓰면서 깨닫게 됐어요. '그것이 알고 싶다'의 '나락'은 회사 전체의 그것과 같아 부담감이 커요. 그래서 선을 잘 타려고 하고, 그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