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결혼했는데 내 집 마련은 언제쯤"…신혼부부들, 걱정 뚝 그쳤다
"청약에 당첨되자마자 바로 결혼식장을 잡고 2세 계획도 할 수 있게 됐어요. 말 그대로 ‘주거 사다리’가 되는 ‘미리 내 집’을 만들어준 서울시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지난 17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35층에 마련된 주민 커뮤니티시설인 ‘스카이라운지’에서 '제1호 미리 내 집' 사전점검 입주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모 씨 부부는 서울시 덕에 까마득했던 결혼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서울시의 첫 신혼부부 주택 정책인 '미리 내 집' 입주자로 당첨된 신혼부부 네 가구가 그간의 양육과 주거비 부담 등으로 겪었던 고충과 ‘미리 내 집’ 당첨 소감 등을 이야기했다.
"이제 결혼했는데 내 집 마련은 언제쯤"…신혼부부들, 걱정 뚝 그쳤다
김 씨는 “맞벌이하고 있어 그동안 장기전세주택 생각을 못 했어요. 이번에 입주 자격이 주어졌다는 기사를 접하고 신청했는데 당첨까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 걱정이 많았는데 ‘미리 내 집’ 당첨으로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동네에서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기쁘다”고 덧붙였다.

입주 후 출산, 거주기간 10년 늘어

장기전세주택Ⅱ‘로 불리는 '미리 내 집'은 출산을 계획 중인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장기전세주택(SHift)을 ‘신혼부부’로 대상을 한정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특징이다. 미리 내 집의 좋은 점은 자녀 출산 때 거주기간을 연장해 주고 내 집 마련 기회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미리 내 집'에 대한 입주자의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자리였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에 거주 중인 김 씨 부부는 간담회에서 "만 3세 첫째 아기와 지난달 태어난 1개월 둘째 아기가 있다. 진짜 거주기간이 늘어나는 거냐"고 오 시장에게 질의했다.
"이제 결혼했는데 내 집 마련은 언제쯤"…신혼부부들, 걱정 뚝 그쳤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미리 내 집 공고일 기준으로 이후 아이를 낳으면 출산 횟수에 들어간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자 모집 공고일인 8월 30일 이후에 김 씨 부부가 둘째를 낳았다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미리 내 집은 입주 후 출산 때 최대 20년까지 거주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기본 거주 기간은 10년이지만 자녀를 출산하면 자산과 소득 조건과 관계없이 추가 10년을 더 거주할 수 있다.

자녀 둘 이상 낳으면 매매 전환 때 할인도

미리 내 집의 또 다른 혜택은 20년 동안 거주 후 집을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주는 것이다. 이 권리를 행사하면 주변 시세의 80~90% 수준에서 집을 매수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입주 후 자녀를 2명 이상 출산한 가구에만 제공된다. 자녀 수에 따라 매수 가격의 할인율이 달라진다. 입주 후 2명을 추가로 출산 때 10%, 3명 출산 때 20%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이 기준대로면 김 씨 부부가 입주일 이후 둘째 아이를 포함해 추가로 셋째 아이를 낳으면 향후 매수 가격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오 시장은 "우리가 이 정책을 설계할 때 한 명을 낳으면 20년을 보장해 주고 둘째와 셋째 아기를 낳을수록 매수 가격이 낮아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청년 신혼부부 세대의 현실적인 이야기도 오갔다. 한 당첨자 부부는 "지금 들어오는 전세가 4억3000만원(전용 59㎡)짜리 집이다. 전세금을 마련하려면 4000만원 연봉자가 10년 동안 아무것도 쓰지 않고 모아야 마련할 수 있다"며 "대출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모 씨 부부는 "전용 59㎡ 시세가 20억원 정도인데 지금 분위기라면 매매가 가능해지는 20년 후엔 60억원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과연 그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질문했다. 오 시장은 "최대한 그렇게 많이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결혼했는데 내 집 마련은 언제쯤"…신혼부부들, 걱정 뚝 그쳤다
또 다른 입주 예정자인 이 모 씨 부부는 대출에 대해 질의했다. 그는 "20년 동안 살 집인데 아이가 많아지거나 크면 집이 작다고 느낄 수 있다. 10년 정도 지난 후 넓은 면적대로 이동할 수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한 실장은 "아이 숫자가 늘어나면 면적대가 넓어지도록 하는 방법이 있고 이미 반영돼 있다. 1년 정도 입주 기간이 남았을 때 면적 이동 기회를 주도록 했다"고 답했다.

연말까지 400여가구 공급

올림픽파크포레온 ‘미리 내 집’은 1차 입주자 300가구(전용면적 49·59㎡, 각 150가구) 모집에 1만7929가구가 신청해 평균 경쟁률 60대 1을 기록했다. 무자녀만 대상으로 하는 전용 49㎡는 최대 경쟁률이 213대 1에 달했다. 지난 8월에는 롯데캐슬 이스트폴(광진구 자양동), 힐스테이트이편한세상 문정(송파구 문정동) 등 6개 단지에 입주할 327가구도 모집을 마쳤다.

미리 내 집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신혼부부 사이에선 "서울 핵심지에 거주할 기회의 집"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올 연말 '미리 내 집'에 입주할 기회는 한 차례 더 남아있다. 12월께 제3차 미리 내 집 400여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성동구 용답동 청계SK뷰, 동대문구 용두동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 등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서초구, 성동구 등에 있다. 세부적인 단지와 모집 규모는 12월 SH공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결혼했는데 내 집 마련은 언제쯤"…신혼부부들, 걱정 뚝 그쳤다
미리 내 집 공급은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 서울시는 2026년부터 매년 ‘미리 내 집’을 4000가구 이상 꾸준히 공급할 수 있도록 신축매입 임대주택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신혼부부에게 빠르고 통합적인 주택 공급을 위한 전담 조직 신설 등도 검토하고 있다. 오 시장은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지 3개월여 만에 실제 입주하는 분을 만나니 앞으로 물량도 최대한 늘리고 유형도 더 다양하게 공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주거 지원을 포함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