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밸류업 첫단계부터 낙제점?…"중장기 성과 주목해야"
[마켓칼럼] 밸류업 첫단계부터 낙제점?…"중장기 성과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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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밸류업 첫단계부터 낙제점?…"중장기 성과 주목해야"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운용1본부 이사
금융당국이 증시 부양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호평보단 실망과 비난이 많이 쏟아집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오랜 세월만큼이나 '국장은 답이 없다'는 인식을 단기간에 뒤엎긴 힘들어 보입니다. 언론과 대중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2014년 8월 정부는 주택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DTI(총부채상환비율)과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낮추는 등 각종 규제 완화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빚내서 집 사라' 정책으로 불렸습니다. 그럼에도 거래가 부진하고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며 정부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언론 보도가 주를 이뤘고, 실제로 부동산 시장의 반응도 싸늘했습니다. 그해 분양했던 경희궁 자이, 목동 힐스테이트 등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단지도 한동안 미분양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부양 기조를 이어갔고,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부동산 시장은 상승장으로 전환됐습니다.

2014년 정부의 수도권 부동산 부양 사례처럼 초반부터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긴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꾸준한 부양 정책만이 목표한 결실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은 다르다'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정부가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어렵고 불확실성이 높은 일입니다. 부동산 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초기엔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밸류업 추진력 관건…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결국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는 추진력이 관건입니다. 과거 중소형주 활성화, 코리아 뉴딜(BBIG) 등 정부 주도로 증시를 부양하려는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은 영속성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도 선거용으로 기획됐다가 점차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정치와 무관하게 일본의 사례처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500만명대에 불과하던 국내 주식 투자 인구는 2021년 이후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수준인 1400만명대까지 늘어났습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도 급증해 주식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서학개미가 증가하는 것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일입니다. 미국 주식을 접할수록 주주환원의 차이가 장기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개인들도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외 투자 규모가 적당히 확대되면 좋을 일이지만, 국내 주식시장 외면과 함께 지나치게 쏠리게 되면 환율의 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 역시 커집니다. 결국 국내 증시의 매력을 높이는 것을 계속해서 신경써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계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여타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입니다.

가계의 부가 부동산에 편중돼 있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 위기가 닥치면 이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쏟아집니다. 결국 하방경직성이 있다는 믿음에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이 쏠립니다. 이는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는 악순환입니다.

시작이 반이다…고령사회에 맞는 자산시장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부동산 이외 자산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서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이 이뤄지는 투자가 주목받습니다. 게다가 부동산의 경우 임대 관리가 쉽지 않고 임대수익률이 낮습니다. 반면 주주환원을 통한 안정적인 배당은 고령층의 니즈와도 부합합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그만큼 시작이 어렵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자산시장에서 초기 흥분과 상승보단 실망과 하락이 중장기엔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국장의 이미지는 바닥입니다. 사회적 압력과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장기화될 수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유종지미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