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격화에도…원유 가격은 왜 떨어질까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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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격화 뒤
WTI 유가 80달러→70달러 되려 '뚝'
"中 성장률 부진과 전기차 전환 때문
유가에 직격탄…우하향 지속 가능성"
WTI 유가 80달러→70달러 되려 '뚝'
"中 성장률 부진과 전기차 전환 때문
유가에 직격탄…우하향 지속 가능성"

해외 투자의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해외 증시에 대한 최근 이슈, 전문가 견해, 유용한 자료 등 꿀팁을 전합니다.
![중동 분쟁 격화에도…원유 가격은 왜 떨어질까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https://img.hankyung.com/photo/202410/01.38382650.1.png)
중동에서 분쟁이 확산하면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이에 따라 원유 선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세계은행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후 1년 동안 중동 분쟁은 점점 더 격화됐지만, 원유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거든요.
데이터를 자세히 볼까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의 최근월물 가격은 지난해 10월 종가 평균이 85.29달러였습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사실이 알려진 뒤 첫 거래일인 2023년 10월 9일에는 하루 만에 가격이 4.34%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상승세는 금방 힘을 잃었습니다. WTI 유가는 당월 19일 88.37달러를 고점으로 지금까지 줄곧 우하향했습니다. 이달 1~18일 평균 가격은 72.64달러에 그쳤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말을 믿고 투자했던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잔뜩 물려 있는 상황입니다. 네이버증권에 따르면 원유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국내 파생상품 중 가장 시가총액이 큰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자들의 이 종목 수익률은 21일(한국시간) 현재 약 -3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놀랜드 이코노미스트의 말대로 중국 경제 성장률과 WTI 유가의 흐름은 어느 정도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07년 14.19%로 정점을 찍었고, 그 이듬해 7월 WTI 유가는 배럴당 145.29달러까지 올랐습니다. 2000년대 최고가였습니다. 2008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9.62%로 떨어지자 WTI 유가는 2009년 3월 40달러대까지 떨어졌습니다. 2015~2019년 중국 경제 성장률이 6%대를 유지하자 WTI 유가도 50달러 인근에서 머물렀습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2021년 8.4%로 반등했을 때는 WTI 가격도 잠깐 100달러 위로 올라왔고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유가 흐름은 어떨까요? 단기적으로는 중동 분쟁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분쟁이 격화돼 이란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순식간에 가격이 튀어 오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계속 우하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5.2%에서 2026년 4%대 중반까지 지속해서 내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내연기관차가 점점 전기자동차로 교체되고 있는 것도 유가 하락 전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8월 "중국 내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전기와 휘발유 모두를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차) 판매량이 지난달 처음으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0%를 돌파했다"며 "전기차 산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여전히 강력한 모멘텀을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