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신민경 기자
국내 10대 그룹의 전(全) 계열사 중 30%가 올해 안으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를 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올 3분기 실시한 '상장기업 밸류업 준비현황 설문 조사' 결과 올해 안으로 밸류업 공시를 내놓겠다는 10대 그룹사는 전체 계열사 112개사 중 34개사(30.3%, 기존 본공시 기업 포함)로 집계됐다.

이 설문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7.3%(812개사 중 465개사)와 코스닥시장 상장사 37.3%(1625개사 중 606개사) 등 총 1071곳이 응했다.

이들 중 704곳은 '밸류업 공시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코스피 345개사, 코스닥 359개사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응답자의 65.7%다.

'검토 중'이라고 답한 704개사 가운데 488개사(69.3%)는 공시 시기를 '미정'이라고 답변했다. 나머지 약 30%만이 공시 시기를 구체적으로 특정했는데 △2024년 공시예정 61개(코스피 46개·코스닥 15개) △2025년 공시예정 112개(코스피 52개·코스닥 60개) △2026년 공시예정 43개(코스피 18개·코스닥 25개)다.

특히 10대 그룹은 연말까지 전체 계열사 중 30%만 밸류업 공시에 나설 전망이다. 설문에 따르면 그룹별로 삼성과 한화그룹을 제외한 10대 그룹이 올해 말까지 그룹별 적어도 한 곳 이상씩은 공시를 할 예정이다.

10대 그룹은 계열사 시가총액 합이 국내 전체 상장사 시총 규모의 절반을 훌쩍 웃돌 만큼 증시 영향력이 크다.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8월 10대 그룹 재무 담당 임원들을 불러모아 밸류업 공시를 당부하는 등 대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자 노력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당시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우리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인 10대 그룹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에 선도적으로 참여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설문을 통해 확인된 공시 참여율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저조한 상태다.

10대 그룹 계열사 중 현재까지 밸류업 관련 공시를 한 기업은 총 14곳이다. LG전자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LG, 현대모비스, 신세계, 광주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9개사가 밸류업 예고 공시를 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등 기업 경영 세부 방향을 적은 '본공시'를 내놓은 곳은 현대자동차와 롯데렌탈,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웰푸드 등 5개사뿐이다.

결국 한국거래소가 지난 5월 말 밸류업 공시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약 5개월 사이 이들 계열사들 총 14곳(12.5%·본공시 기준 4.5%)이 공시한 셈이다. 연말까지 두 달가량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설문 목표치인 30%를 채우려면 기존 공시분만큼의 공시가 나와야 한다.

10대 그룹 계열사 한 IR 담당자는 "같은 그룹이라고 하더라도 계열사 별로 밸류업 공시 계획과 의지는 다르다"며 "지표도 선정하고 수치를 포함시킨 이행 계획도 설정해야 하는 등 책임이 무거운 만큼 신중히 검토 후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