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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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새로 지어진 컨테이너선들의 투입에 따른 선복(선박 내 화물을 실을 공간) 공급 과잉으로 시황이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반면 환경규제로 인해 공급 과잉이 완화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HMM은 1만7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5.83% 하락했다. 지난달 하순 미국 서부 항만 노조의 파업으로 해상운임이 꿈틀댈 조짐을 보이면서 급등했다가, 생각보다 빨리 노사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주가가 꺾였다.

해상운임에 대한 우려가 HMM 주가를 누르고 있다. 대표적인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 7월5일의 3733.80을 정점으로 가파르게 하락해 가장 최근인 이달 18일에는 2062.15까지 44.77% 고꾸라졌다.

운임지수 하락은 시차를 두고 해운사 실적을 짓누를 수밖에 없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HMM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5656억원으로, 3분기 예상치(1조1818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선의 공급 과잉 심화로 해운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조선소들이 이미 수주한 신조선박들만으로 올해와 내년에 글로벌 컨테이너선 선복량이 각각 9.1%와 8.2%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엔 글로벌 선사들이 물동량 감소를 점치면서 노후선박 폐선을 가속화해 선복 공급을 줄였다. 하지만 물동량이 되레 늘어나는 데다, 감염병으로 인한 항만 운영 차질로 병목현상까지 생기면서 운임이 치솟았다. 이에 선사들은 대규모로 컨테이너선을 발주했고, 최근 신조 선박이 잇따라 인도되고 있다.

해상운임의 가파른 하락을 막고 있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 이슈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당장은 해운업계에 수혜를 주고 있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운임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과거 중동 위기가 종료된 이후 장기 불황이 찾아왔던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지역 군사적 긴장감 고조로 인한 해운업 수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과 내년의 해운시황 부진 가능성까지 이미 HMM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분석도 눈여겨볼 만하다. 예상보다 운임 하락이 가파르지 않다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홍해 사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선속을 높이고 폐선을 미룬 것이 정상화되면서 내년 선복 공급 증가분을 만회할 전망"이라며 "운임이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에서 반등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컨테이너선사들이 최근까지도 선박 발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향후 폐선이 증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발주되는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나 암모니아를 추진연료로 추가한 것들이다.

최 연구원은 "2027년이면 새로 들어올 선박보다 더 많은 노후선들을 해체해야 할 것"이라며 "선사들이 일시적인 공급 과잉을 감수하고 환경규제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조발주 트렌드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