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직원이 원화와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하나은행 직원이 원화와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원·달러 환율이 22일 장 초반 큰 폭으로 상승해 1380원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7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동 정세 악화, 북한군 러시아 파병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우세하면서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9시10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6.9원 오른 1382.1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3.9원 오른 1379.1원에 개장한 후 우상향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80원대에 올라선 것은 지난 7월31일(장중 최고 1384.7원) 이후 처음이다. 이달 초 1300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연일 급등하며 1400원선에 다가서는 중이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커지며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군사 거점에 맹공을 퍼부은 데 이어 금융기관도 폭격했다. 헤즈볼라도 로켓을 쏘며 보복하는 등 사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러시아에 특수부대를 파견하는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격화하고 있다.

미국 경기가 호조를 보인 점도 강달러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각) 9월 소매 판매는 7144억달러로 전달 대비 0.4%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0.3% 증가)를 웃돌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경기 낙관론이 힘을 얻으며 국채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를 유도했다"며 "아시아 통화 중에서도 동네북이었던 원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공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트럼프 트레이드' 장세가 이어져 미국 국고채 금리가 크게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대규모 국채 발행,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등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인덱스(DXY)는 103.909로 104 턱밑까지 올라섰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의미한다. 이에 더해 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발언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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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환율 상승이 국내 펀더멘털(기초체력) 취약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미국발 불확실성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환율 수준 자체가 국내 금융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상당 부분 국채 금리에 선반영되어 있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감안하면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는 연말로 갈수록 점차 하향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1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18.03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919.84원)보다 1.81원 내렸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