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시민이 색조 화장품을 직접 피부에 바르며 비교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올리브영 매장을 찾은 시민이 색조 화장품을 직접 피부에 바르며 비교하고 있다. /사진=뉴스1
"매출 좀 줄었다고 주가가 반토막 날 일인가요.(네이버 종목 토론방)"

코스닥 상장사 클리오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올 하반기 실적이 시장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클리오가 내세운 주력 브랜드들의 판매 위축으로 외형 성장이 둔화한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클리오 주가는 장중 8%대까지 밀린 2만3600원을 기록하며 52주 최저가를 새로 썼다. 지난 6월13일 장중 4만5000원까지 오르며 고점을 형성한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셈이다. 클리오 주가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13거래일 중 3일을 제외하면 모두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쌍끌이' 매도가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지난 21일 기준)간 클리오 주식 5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도 2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5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물량을 받아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클리오 주가가 연일 내리막인 배경엔 부진한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클리오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색조 화장품 전문 회사다. 제품 교체 주기가 짧고 유행을 타는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고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매출 증가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실제 하나증권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클리오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난 893억원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은 20% 줄어든 84억원으로 시장 예상치(123억원)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주요 브랜드의 신제품 효과가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고, 해외는 일본과 미국이 아쉬웠다"며 "일본은 국내의 연장선이며, 미국은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시행 전 상반기에 재고 확충이 집중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클리오의 핵심 브랜드 제품의 판매가 위축된 점이 실적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클리오의 주력 브랜드는 크게 다섯 개로 구분된다. 색조 브랜드인 클리오·페리페라와 스킨케어 브랜드인 구달·더마토리, 헤어케어 브랜드인 힐링버드 등이다.

문제는 현재 구달(올 상반기 매출 비중 19%)을 제외한 주요 브랜드들의 매출 증가 모멘텀(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박 연구원은 "현재 구달이 국내외 전사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70% 이상에 달하는 핵심 브랜드들이 위축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동안 고성장에 따른 부담도 큰 상황이란 진단이다. 클리오를 비롯해 아이패밀리에스씨·브이티 등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사들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여왔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대형 화장품주들과 차별화한 흐름이다.

하지만 고성장에 걸맞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자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실제 아이패밀리에스씨, 브이티 등도 최근 한 달간 16.8%, 18.6%씩 빠졌다. 중소형 화장품주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클리오의 부진한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클리오는 브랜드 라인업 확대, 글로벌 진출 국가 확대 등을 통해 연간 매출 4000억원을 목표로 한다"며 "다만 올해 (이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클리오 본연의 트렌디함과 색조의 역동성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는 잠시 쉬어가는 기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4분기에도 해외 성장 동력이 잠시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조 연구원은 "현재 화장품 산업의 성장 모멘텀은 비중국 채널이 견인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미국은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내년 전략 제품 출시와 채널 확장으로 구달의 미국 내 브랜드 성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