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산문집 낸 최진영 작가 "편지 읽듯 천천히 읽었으면"
최진영 작가(43)의 장편소설 <구의 증명>은 지난해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9위를 차지한 이후 올해도 꾸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놀라운 건 이 책이 2015년 출간된 책이란 점이다. 별다른 홍보 활동이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을 한 셈이다.

이 작품 외에도 최 작가의 이력은 화려하다. 2006년 등단해 18년 동안 장편소설 8권, 소설집 4권 등을 발표하며 국내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 2014년 소설집 <팽이>로 신동엽문학상을 받고 2019년 장편소설 <이제야 언니에게>로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단편소설 <홈 스위트 홈>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첫 산문집 낸 최진영 작가 "편지 읽듯 천천히 읽었으면"
최근 최 작가가 등단 후 처음으로 내놓은 산문집 <어떤 비밀>에 '최진영 마니아'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 작가는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허구의 이야기인 소설 쓸 때와 달리 내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글쓰기였다"고 밝혔다.

산문집의 구성은 경칩부터 우수까지 24절기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 작가가 남편과 함께 제주에서 운영 중인 카페를 찾는 이들에게 절기마다 쓴 편지에 산문을 더해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최 작가는 "과거 <이제야 언니에게>란 작품에서 모든 계절이 저마다의 이유로 좋다는 내용의 문장을 쓴 적이 있다"며 "계절을 감각하기가 어려운 요즘 시대에 매일 다른 날씨와 풍경, 바람, 온도의 감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독자들이 이번 책을 편지 읽듯 곱씹어서 천천히 읽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중하게 글을 쓰고 밀봉하는 편지는 문자메시지나 메일에 비해 좀더 나의 마음을 온전하게 보내는 형식"이라며 "독서란 행위도 결국 작가와 독자가 편지를 주고받는 행위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산문집은 한 번에 끝까지 읽기 보단 협탁 위나 침대 옆에 두고 천천히, 두고두고 읽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첫 산문집 낸 최진영 작가 "편지 읽듯 천천히 읽었으면"
<구의 증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역주행'을 한 이유에 대해 묻자 최 작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작가로서 그 이유를 모르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이유를 알면 나도 사람인지라 '비슷하게 또 쓰고 싶지 않을까'란 걱정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결국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을 원하고,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사랑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찾는 게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선 "충격적으로 아름다운 일"이라고 했다. 최 작가는 "한국어로 글을 쓰는 작가와 한국어로 글을 읽는 독자들, 그리고 한국어를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강 작가의 수상은 엄청난 응원이자 격려"라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