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경기 보며 패자의 마음 어떨까 생각…'그래도 돼' 탄생"
'가왕(歌王)' 조용필이 신곡 '그래도 돼'를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조용필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정규 20집 '20'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진행은 임희윤 음악평론가가 맡았다.

조용필이 새 앨범을 발매하는 건 2013년 정규 19집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조용필은 2022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싱글을 발표하며 정규 발매를 준비해 왔다. 당초 정규 앨범은 데뷔 55주년을 맞는 해인 지난해 발매를 계획했으나, 음악적 완성도를 위해 1년 미뤄져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뭉클한 응원가다.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고, 조금 늦어도 좋다고 토닥여주는 위로의 메시지가 호쾌한 전기 기타, 청량감 넘치는 절창, 고해상도의 사운드와 어울려 '조용필 표 모던 록'의 궁극을 엿볼 수 있다.

조용필은 '그래도 돼' 제작 배경에 대해 "올봄 TV로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우승자가 세리머니를 하더라. 카메라가 우승자한테만 가더라.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 싶었다. 물론 속상하고 실망했겠지만, 그 당시에 나 같으면 '다음엔 이길 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 한 번 더'라는 마음을 가질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작사가분과 만나기로 약속하고 이 얘기를 들려줬다. 이런 곡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든 이런 마음이 지금 자기의 마음일 수 있다는 걸 둘러서 말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용필에게도 패자의 마음에 공감하는 순간이 있었는지 묻자 "곡을 완성했는데 전부 미완성으로 끝나지 않냐. 만족하다고 내놓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과거 조용필에게 '그래도 돼'를 들려줄 수 있다면 언제냐는 물음에 그는 "나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꿈'이 나온 다음에 방송을 너무 많이 했다. 1992년 기자회견 전까지 나만큼 TV를 많이 나간 사람도 드물 거다. 그래서 나중에 방송인으로 남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TV를 안 나가고 콘서트만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후가 문제였다. 처음 1~2년은 객석이 많이 찼다. 근데 2~3년 지나면서 점점 줄더라. 1990년대 말에는 지방 공연을 가면 2층이 없더라. '내가 히트곡이 몇 곡인데'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그때가 나에 대해 실망스러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조용필의 정규 20집 '20'은 이날 오후 6시에 발매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