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흔들 줄 알았던 ‘문제적 영화’…“망하길 바란다”던 트럼프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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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프렌티스’ 23일 국내 개봉
미국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젊은 시절 다뤄
위법 일삼는 추악한 모습 부각…칸에서 기립박수도
11일 개봉한 북미 성적표는 ‘흥행 저조’
미국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젊은 시절 다뤄
위법 일삼는 추악한 모습 부각…칸에서 기립박수도
11일 개봉한 북미 성적표는 ‘흥행 저조’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자신의 SNS에 “싸구려 명예훼손이며, 역겨운 중상모략”이라 적으며 발끈했다. “이런 인간 쓰레기들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는 게 슬프다”는 그의 분노가 가리킨 대상은 경쟁자인 카멜라 해리스(60) 미국 부통령도, 자신을 비판하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5)도 아니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대선을 3주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의 이성을 잃게 한 ‘쓰레기’는 바로 영화감독 알리 아바시(43)와 지난 11일 북미 개봉(국내 개봉 23일)한 영화 ‘어프렌티스’다.
‘어프렌티스’는 올해 트럼프의 심기를 가장 불편하게 한 존재 중 하나다.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로 인기를 끌며 실패하고 나이 든 사업가라는 이미지를 만회하게 한 동명의 서바이벌 시리즈 ‘어프렌티스’(2004~2017)와는 이름만 같을 뿐 성격이 전혀 다르다. 1970년대 사회 초년생인 트럼프가 온갖 불법과 협박, 사기, 선동을 일삼았던 ‘악마의 변호사’ 로이 콘을 만나 부동산 재벌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둠에 물드는 모습을 그렸기 때문이다. 2024년의 트럼프, 이때 만들어졌다
영화를 보면 트럼프의 “이 영화가 망하길 바란다”는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뉴욕 부동산 거물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이 되고, 미국 대통령까지 오르는 입지전적 영웅서사에 찬물을 끼얹는 폭로가 이어져서다.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윈터 솔져로 유명한 세바스찬 스탠이 연기한 영화 속 트럼프는 천박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멍청해 보일 정도로 어리숙한 모습도 보인다.
트럼프는 정치 로비스트라 쓰고, 더러운 협잡꾼(Dirty trickster)으로 부를 수 있는 변호사 로이 콘을 만나 그의 견습생(Apprentice)가 된다 된다. 그리고 로이 콘의 세 가지 가르침인 “공격하고 또 공격하라”, “패배를 인정하지 마라”, “모든 걸 부인하라”를 체득하며 괴물이 돼 간다. 결국 말년에 비참한 신세가 된 로이 콘을 외면하며 청출어람한 트럼프는 갖은 탈법과 몰염치로 승승장구한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영화계 안팎에서 올해 가장 논쟁적이고 문제적인 작품으로 꼽혔다. 지난 5월 열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 처음 공개됐는데, 상영 직후 무려 8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살을 빼려 마약류인 암페타민을 복용하고 탈모 시술을 받는 치부를 드러내고, 아내 이바나에게 절제력을 잃고 달려들어 성폭행하는 장면은 충격적인 대목으로 꼽혔다.
올해 가장 문제적 작품…촬영도, 개봉도 험난
영화 제작과 촬영도 쉽지 않았다. 우선 트럼프를 연기하려는 배우를 찾기 어려웠다. 할리우드 주류 배우들이 반(反)트럼프 운동을 지지하는 만큼 캐스팅 난항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워낙 노골적인 영화라 선뜻 나서는 배우가 없었다. 세바스탄 스탠 역시 캐스팅 제안을 받고 나서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고민에 빠졌고, 주변에서도 “안전하지 않은 역할”이라며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관련 해프닝도 많았다. 트럼프를 긍정적으로 그린 영화라 착각해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트럼프 지지자 겸 투자자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워싱턴 커맨더스의 전 소유주인 재계 거물 다니엘 스나이더와 그의 사위는 칸 영화제에서 영화 상영을 기념한 파티를 무려 1억9200만 달러(약 2650억 원)에 달하는 요트에서 진행하려다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영화배급사들과 OTT도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로 작품에 눈길을 주지 않는 바람에 최근까지도 개봉이 불투명했다가, 독립 배급사가 나서며 대선 직전 북미 개봉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아바시 감독은 “미국인들은 이런 영화를 만들 용기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험난한 여정이 될 거라 예상했다고 밝혔다. 영화 국내 배급사 누리픽쳐스에 따르면 아바시는 “미국에 수백만 명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뜻의 트럼프 선거구호)지지자가 있다”며 OTT 플랫폼이 영화 공개를 꺼린 이유에 대해 “사업적인 측면에선 완전히 이해한다”고 했다.
뚜껑 열고 보니 “성적은 신통치 않네”
이같은 의도하지 않은 노이즈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정작 북미 영화시장에선 기대했던 만큼 ‘서프라이즈’는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흥행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성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개봉 첫 주말엔 당초 예상치의 절반에 불과한 약 16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고, 지난 주말(18~20일)에도 65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상영 영화 중에서 15위에 그쳤다. 독립 배급사가 맡은 터라 상영관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영화 자체가 관객의 흥미를 끌 만큼 신선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젊은 트럼프와 동화된 세바스찬 스탠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극장을 넘어 미국 대선판을 뒤흔들 만큼 참신한 장면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재집권 여부가 경제, 안보 등 굵직한 국가 정책 방향은 물론 집값 같은 민감한 이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국내에서도 관심이 적지는 않지만, 흥행은 장담할 수 없다.
유승목 기자
‘어프렌티스’는 올해 트럼프의 심기를 가장 불편하게 한 존재 중 하나다.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로 인기를 끌며 실패하고 나이 든 사업가라는 이미지를 만회하게 한 동명의 서바이벌 시리즈 ‘어프렌티스’(2004~2017)와는 이름만 같을 뿐 성격이 전혀 다르다. 1970년대 사회 초년생인 트럼프가 온갖 불법과 협박, 사기, 선동을 일삼았던 ‘악마의 변호사’ 로이 콘을 만나 부동산 재벌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둠에 물드는 모습을 그렸기 때문이다. 2024년의 트럼프, 이때 만들어졌다
영화를 보면 트럼프의 “이 영화가 망하길 바란다”는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뉴욕 부동산 거물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이 되고, 미국 대통령까지 오르는 입지전적 영웅서사에 찬물을 끼얹는 폭로가 이어져서다.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윈터 솔져로 유명한 세바스찬 스탠이 연기한 영화 속 트럼프는 천박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멍청해 보일 정도로 어리숙한 모습도 보인다.
트럼프는 정치 로비스트라 쓰고, 더러운 협잡꾼(Dirty trickster)으로 부를 수 있는 변호사 로이 콘을 만나 그의 견습생(Apprentice)가 된다 된다. 그리고 로이 콘의 세 가지 가르침인 “공격하고 또 공격하라”, “패배를 인정하지 마라”, “모든 걸 부인하라”를 체득하며 괴물이 돼 간다. 결국 말년에 비참한 신세가 된 로이 콘을 외면하며 청출어람한 트럼프는 갖은 탈법과 몰염치로 승승장구한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영화계 안팎에서 올해 가장 논쟁적이고 문제적인 작품으로 꼽혔다. 지난 5월 열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 처음 공개됐는데, 상영 직후 무려 8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살을 빼려 마약류인 암페타민을 복용하고 탈모 시술을 받는 치부를 드러내고, 아내 이바나에게 절제력을 잃고 달려들어 성폭행하는 장면은 충격적인 대목으로 꼽혔다.
올해 가장 문제적 작품…촬영도, 개봉도 험난
영화 제작과 촬영도 쉽지 않았다. 우선 트럼프를 연기하려는 배우를 찾기 어려웠다. 할리우드 주류 배우들이 반(反)트럼프 운동을 지지하는 만큼 캐스팅 난항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워낙 노골적인 영화라 선뜻 나서는 배우가 없었다. 세바스탄 스탠 역시 캐스팅 제안을 받고 나서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고민에 빠졌고, 주변에서도 “안전하지 않은 역할”이라며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관련 해프닝도 많았다. 트럼프를 긍정적으로 그린 영화라 착각해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트럼프 지지자 겸 투자자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워싱턴 커맨더스의 전 소유주인 재계 거물 다니엘 스나이더와 그의 사위는 칸 영화제에서 영화 상영을 기념한 파티를 무려 1억9200만 달러(약 2650억 원)에 달하는 요트에서 진행하려다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영화배급사들과 OTT도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로 작품에 눈길을 주지 않는 바람에 최근까지도 개봉이 불투명했다가, 독립 배급사가 나서며 대선 직전 북미 개봉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아바시 감독은 “미국인들은 이런 영화를 만들 용기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험난한 여정이 될 거라 예상했다고 밝혔다. 영화 국내 배급사 누리픽쳐스에 따르면 아바시는 “미국에 수백만 명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뜻의 트럼프 선거구호)지지자가 있다”며 OTT 플랫폼이 영화 공개를 꺼린 이유에 대해 “사업적인 측면에선 완전히 이해한다”고 했다.
뚜껑 열고 보니 “성적은 신통치 않네”
이같은 의도하지 않은 노이즈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정작 북미 영화시장에선 기대했던 만큼 ‘서프라이즈’는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흥행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성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개봉 첫 주말엔 당초 예상치의 절반에 불과한 약 16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고, 지난 주말(18~20일)에도 65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상영 영화 중에서 15위에 그쳤다. 독립 배급사가 맡은 터라 상영관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영화 자체가 관객의 흥미를 끌 만큼 신선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젊은 트럼프와 동화된 세바스찬 스탠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극장을 넘어 미국 대선판을 뒤흔들 만큼 참신한 장면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재집권 여부가 경제, 안보 등 굵직한 국가 정책 방향은 물론 집값 같은 민감한 이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국내에서도 관심이 적지는 않지만, 흥행은 장담할 수 없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