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에 고질적인 ‘기술 탈취’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국내 진단 분야 매출 1위 기업인 SD바이오센서와 코넥스 상장사 유엑스엔 사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다. 최근 성장세를 타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 사업을 둘러싸고 빚어진 양사의 갈등은 법정 싸움으로 번질 전망이다.

○유엑스엔 “기술 뺏겼다” 주장

"영업비밀까지 공유했는데…" 기술 탈취 논란 또 터졌다
유엑스엔의 법률대리인은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장기투자자라 믿고 영업비밀을 공유했지만 갑자기 SD바이오센서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조기상환을 요구한 상황”이라며 “지난 16일 조기상환에 관한 지급명령 신청서를 받았고, 유엑스엔은 이의신청을 제기해 본안 소송으로 넘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 공정거래위원회나 중소벤처기업부에 기술 탈취 관련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2021년 9월 SD바이오센서는 혈당측정기 제조사인 유엑스엔에 BW 180억원을 포함해 총 400억원을 투자했다. SD바이오센서의 지분율은 22.16%로 창업자 박세진 대표(12.5%)를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이후 새로운 먹거리로 연속혈당측정 사업을 점찍은 SD바이오센서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한 전략적 투자였다. 식습관 변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가 급증해 연속혈당측정기 시장 규모는 2년 뒤 4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BW 조기상환 놓고 갈등 표면화

문제는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발생했다. 2021년 당시 양사가 맺은 사채인수계약에 따르면 SD바이오센서는 BW 발행일 2년 뒤부터는 3개월마다 아무런 조건 없이 BW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SD바이오센서는 지난달 풋옵션 행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유엑스엔은 SD바이오센서가 ‘장기투자자로서 조기상환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지난해 두 차례 밝혔기 때문에 해당 사채인수계약 내용이 수정됐다는 입장이다. 이런 조건을 믿고 영업비밀까지 공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엑스엔 법률대리인은 “SD바이오센서가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믿고 기술은 물론 여러 영업비밀을 공유했다”며 “SD바이오센서는 연구개발의 결과물을 전혀 공유하지 않았고 BW 조기상환을 통해 유동성을 악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SD바이오센서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체결한 사채인수계약 조건에는 수정 사항이 없고, 유엑스엔의 주장 등은 허위사실이라는 게 SD바이오센서 측의 주장이다.

○롯데도 휘말린 기술 탈취 논란

제약·바이오업계 기술 탈취 분쟁은 꾸준히 있었다. 지난해 반년 가까이 이어진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 간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자사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했고, 롯데헬스케어는 범용기술일 뿐이라며 맞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업이 작은 항암제 개발사의 연구 아이디어를 가져가 후보물질을 추가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정민/박종관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