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에센바흐 워크데이 최고경영자(CEO)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특파원
칼 에센바흐 워크데이 최고경영자(CEO)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특파원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강화(augment)할 겁니다.”

경영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60%가량이 사용하는 인재관리(HR) 및 재무 분야 소프트웨어 플랫폼 워크데이의 칼 에센바흐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인재포럼 2024’를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는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 기술이 그랬듯 궁극적으로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센바흐 CEO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 세쿼이아캐피털과 VM웨어 등에서 일한 테크 전문가다. 2018년 워크데이 이사회에 합류했고 2022년 2월 창업자 아닐 부스리와 함께 공동 CEO로 임명됐다가 올해 2월 단독 CEO 자리에 올랐다.

워크데이는 약 10년 전부터 AI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강화해왔다. 하지만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생성형 AI가 등장한 지금의 국면은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 에센바흐 CEO의 판단이다.

그는 “AI로 창출되는 경제 효과가 수조달러라는 식의 주장은 과대 선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일시에 세상을 바꾸는 ‘혁명’이 아니라 천천히 효과가 드러나는 ‘진화’라고 표현했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이 도입됐을 때 모두가 바로 클라우드로 옮겨 가지는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클라우드는 기업들이 더 빠르게 확장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비즈니스 전반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도 기술로 인한 지각변동을 봤지만 AI는 이전에 본 어떤 것과도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런 기술을 두고 사람들은 단기적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장기적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조직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도 AI 때문에 달라질 것이라고 에센바흐 CEO는 예측했다. 그는 “기술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더는 뒤처질 것”이라며 “특히 AI 도입 과정에서는 조직 내 불안과 긴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리더가 새로운 기술의 이점을 설명하고 구성원이 기술을 편하게 받아들이게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리더로서 회사 미래를 설계할 책임이 있다면 이 기술을 활용해 ‘오늘’ ‘내일’이 아니라 ‘미래’ 일의 모습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R 분야에서는 AI 덕분에 인재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에센바흐 CEO는 “AI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이 보유한 역량(스킬셋)을 해부하듯 분석할 수 있다”며 “프로젝트를 추진할 역량을 갖춘 인물을 기업 안팎에서 찾아내 매칭할 수 있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부족한 역량을 확충하고 강화하는 ‘업스킬링’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사람의 배경이나 학교, 학위를 기반으로 능력을 추정해 판단할 필요가 없고, 사람이 지닌 역량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기술 기반 세계’가 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기업에서 AI를 이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선결 조건으로 좋은 데이터와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맥락에 관한 정보를 꼽았다.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AI는 코파일럿(업무를 보조하는 AI 툴)이나 에이전트(AI 비서) 형태로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워크데이를 예로 들었다. “현재 워크데이 매출은 연 75억달러 수준인데 AI 덕분에 1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그러면 사람을 더 채용해야지, 줄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AI로 코딩이 쉬워졌기 때문에 워크데이, 세일즈포스 같은 서비스 플랫폼을 필요 없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에센바흐 CEO는 “고객이 그런 주장을 할 때면 저는 ‘한 번 직접 해보고 6개월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돌려보냈다”며 “그러면 모두 돌아와서 ‘이것은 우리의 핵심 역량이 아니다’고 말한다”고 했다. “조직마다 집중하는 대상이 서로 다르며 AI가 그 부분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에센바흐 CEO는 워크데이 스스로도 AI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HR 또는 재무가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 요구를 충족하는 기업 플랫폼이 되고, 그 플랫폼은 AI 기술을 통해 자율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