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중대한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한 미국 전문가의 경고는 결코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시드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북한의 강압적 외교가 현 상태를 더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며 그 배경으로 핵 증강과 러시아 지원을 꼽았다. 그는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때보다 핵·미사일 무력이 크게 증가한 것을 들며 미국 대선 이후 섬 포격, 선박 격침 등 대남 군사 공격을 예상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을 보면 그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북한은 이미 1만3000여 개 컨테이너 분량의 미사일과 포탄 등을 러시아에 지원했다. 1만2000명 군인 파병에 이어 화학전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군사용 풍선을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모두 공짜일 리 없다. 북한은 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진입, 핵추진 잠수함, 핵 다탄두 기술 등을 러시아에서 받기를 원하는데 우리 국방부 대변인은 어제 그 가능성을 인정했다. 낡은 전투기가 러시아제 신형으로 교체될 수도 있다. 게다가 북한 핵무기가 우라늄 농축시설(HEU) 가동을 통해 2030년 160기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7차 핵실험이 성공한다면 전략·전술핵무기 성능의 실전용 완성을 의미한다. 이런 것들이 한반도 안보의 불균형을 불러 김정은의 고강도 도발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은 짐작 가능한 일이다.

미국 대선 변수까지 겹쳤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 시 윤석열 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두터워진 핵우산의 향방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또 사라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정은이 이런 틈을 노려 천안함 폭침 같이 예상치 못한 도발을 자행할 수 있다. 대통령실도 “북·러 군사협력이 중대 위협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모든 시나리오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안보는 국가의 존망이 걸려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여야를 막론하고 오로지 정략적 싸움뿐, 엄중한 상황을 남의 집 일인 듯 여기고 있다. 나라 앞날이 걱정이라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