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낸드플래시 업체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가 이달 도쿄증시에 상장하려던 계획을 연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키옥시아가 당초 10월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상장 시 예상되는 시가총액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면서 상장을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고 22일 보도했다. 키옥시아는 지난 8월 상장을 신청하며 1조5000억~2조엔 규모 시총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주간사 수요 조사 결과 상장 시 시총이 1조엔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베인캐피탈이 주도하고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키옥시아 지분 56%를 갖고 있다. 나머지 41%는 도시바 지분이다. 빠른 상장을 기대하는 도시바와 달리 가격을 중시하는 베인이 상장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옥시아는 2020년 상장을 승인받았으나 미·중 갈등 격화 등을 이유로 연기한 전례가 있다. 예상 시총은 약 1조5000억엔이었으며 당시 환율로 약 140억달러다. 이번에 시총이 1조엔에 미치지 못하면 현재 환율 기준으로 67억달러도 안 된다. 베인 입장에선 2020년 기대치의 반값이 되는 셈이다.

베인은 키옥시아에서 ‘경영지도료’로 매년 10억엔을 받고 있다. 장기 보유해도 일정 수익을 낼 수 있다. 시장 환경을 고려해 1조5000억엔이라는 ‘방어선’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판단이다.

도시바도 ‘헐값 매각’은 피하고 싶지만 상장 시 매각 차익으로 빚을 갚을 계획이어서 마냥 기다리긴 어렵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