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예·적금 금리 하락이 시작됐다.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이자 장사’ 비판을 의식해 예·적금 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수신 금리 인하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방침 속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수신금리의 차)가 확대될 전망이다.
눈치보던 지방은행, 예·적금 금리 인하 시동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주요 수신 상품 금리를 0.15~0.35%포인트 인하했다. 만기가 6개월인 ‘더레벨업 정기예금’ 금리는 연 3.1%에서 연 2.95%로 0.15%포인트 낮췄다. ‘BNK내맘대로예금’ 금리도 만기(1~11개월)에 따라 연 2.7~2.9%에서 연 2.55~2.75%로 0.15%포인트씩 일제히 내렸다. 만기가 1년인 백세청춘실버적금(-0.35%포인트), 펫적금(-0.2%포인트) 등도 금리가 낮아졌다.

경남은행은 17일 예·적금 금리를 최대 0.75%포인트 인하했다. ‘마니마니정기예금’ 금리는 만기가 24개월 이하인 경우 일제히 0.25%포인트 낮췄고, ‘내 곁에 든든 연금예금’ 금리도 1년 만기 기준 금리를 연 3.1%에서 연 2.9%로 0.2%포인트 인하했다. ‘마니마니자유적금’은 만기가 5년인 경우 금리가 연 3.55%에서 연 2.8%로 한 번에 0.75%포인트나 낮아졌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이번 수신금리 인하 조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38개월 만에 내린 이달 11일 이후 6~7일 만에 이뤄졌다. 반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주요 수신상품의 금리를 내리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주담대 등 주요 대출상품의 금리를 최근에도 올리고 있는데, 예·적금 금리만 내리면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방은행들이 앞장서 수신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뒤따라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은행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지방은행을 떠난 자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시중은행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수신이 늘어도 대출을 내줄 수 없기 때문에 정기예금 금리를 높게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신금리 인하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예대금리차는 확대될 전망이다. 두 은행이 수신금리를 인하하는 가운데 주요 주담대 금리는 올렸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의 대표 주담대 상품인 ‘ONE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이날 기준 연 4.3%로, 2주 전인 지난 8일(연 3.76%)과 비교해 0.54%포인트 올랐다. 경남은행의 ‘BNK모바일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도 같은 기간 연 3.99%에서 연 4.17%로 인상됐다.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확대를 경계하고 있는 점은 시중은행이 수신 금리를 인하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예대금리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