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해외 진출 기업의 이중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납세자에게 유리한 제도를 운용하는 데 비해 한국만 불리한 납세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발간한 ‘외국납부세액 공제제도의 개선방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해외 납부 세액의 공제 한도를 계산할 때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결손을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이익과 통산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제 한도를 낮춘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예컨대 A 국가에서 결손금이 발생한 사업자는 이익이 난 B 국가와 C 국가에 배분해야 한다. 결손금을 나누지 않는다면 B 국가와 C 국가의 납부세액을 모두 공제받을 수 있지만, 결손금을 배분해야 하는 현행 제도에선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해 공제받는 세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중과세가 발생하는 셈이다.

한경연은 외국 납부 세액을 국별 한도 방식으로 계산하는 OECD 17개 국가 중 결손금을 다른 국가의 소득금액에 배분하는 국가는 영국 외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동원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결손금을 다른 국가에 강제로 안분하는 것은 국별 한도 방식의 기본 원리에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이런 방식이 초기 큰 비용이 발생하는 자원 개발, 건설업에 악영향을 준다고 했다. 한 국가에서 발생한 결손금 때문에 회사 전체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한경연에 따르면 국내 한 건설사는 미국에서 발생한 결손을 통산하는 과정에서 납부 세금을 모두 공제받지 못해 경영상 어려움에 처했다.

선진국 중에서 영국이 예외적으로 결손금을 통산하지만 공제 한도를 높게 적용함으로써 이중과세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