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정규 20집 앨범 ‘20’을 낸 가왕(歌王) 조용필이 2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최혁 기자
11년 만에 정규 20집 앨범 ‘20’을 낸 가왕(歌王) 조용필이 2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최혁 기자
우리 시대 최고의 가수, 가왕(歌王) 조용필(74)이 11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7곡이 담긴 정규 20집 앨범 ‘20’을 낸 조용필은 “정규 앨범으로는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거듭 말했다. 사랑과 고독에 대한 주제로 수 많은 히트곡을 내며 지난 반 세기 대중문화계의 전설이 된 그가 이번엔 록, 일렉트로니카, 발라드를 가로지른다.

2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조용필 정규 20집 발매 기념 ‘20’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마지막 앨범 이후 공백이 길었던 이유에 대해 “앨범을 하나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지금까지 내 곡은 모두 미완성이었다”고 했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막상 곡을 발매하고 나면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다는 것. 1969년 미8군 무대에서 그룹 ‘파이브 핑거스’로 데뷔한 조용필의 완벽주의자적 면모는 55년간 조용필을 정상에 서게 했다. 이날 간담회는 임희윤 음악평론가의 진행으로 열렸다.

○위로와 응원의 목소리로

이번 앨범의 첫 곡이자 타이틀곡은 ‘그래도 돼’다.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인 셈이다. 노래는 말한다. ‘이제는 믿어 믿어봐/자신을 믿어 믿어봐/지금이야’. 청량감 있는 색채와 전자기타가 어우러지며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자신을 믿고 계속 나아가라고 한다.

“음악이라는 게 그렇죠. 옛날 노래 들으면 우리 마음을 북돋아주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곡이 많았어요. 저도 그렇게 위로 받았고요. 나도 음악으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는 ‘꿈’(1991)을 만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꿈을 작곡했을 때도 비행기 안에서 신문사 사설을 보고 요즘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청년들의 어려움을 알게 됐어요. 그러고 나서 쓴 곡이었죠. 지금도 다르지 않나요.”

‘찰나’ ‘타이밍’ ‘세렝게티처럼’ ‘필링 오브 유’ ‘라’ 등 다수의 곡들이 밝고 화사하다.

가장 많은 시간 연습해 공 들인 곡은 ‘왜’다. 서정적인 발라드 곡으로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이는 곡. 몽환적인 속삭임과 차분한 건반 연주로 시작된 악곡은 단조와 장조,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조용필 창법의 정수를 보여준다.

“정말 연습을 많이 했어요. 속삭이는 도입부가 뭔지 한번 맞춰보실래요? 이 곡은 가사도 여러 버전이었는데 가장 오래 고민하고, 결정한 것 같네요.”

○욕심 많은 혁신가, 조용필

이번 앨범은 20이란 숫자에 담긴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된다. 누구나 스무 살이었고, 스무 살을 앞두고 있는 가장 뜨겁고 생동하는 나이. 조용필은 이번 앨범이 정규 앨범으로 마지막일 것을 시사했지만, 음악들은 마치 새로운 시작을 알리듯 힘차고 다채롭다.

조용필의 음악 실험은 부지런했다. 트로트(허공), 팝(정글시티), 발라드(슬픈 베아트리체), 민요(한오백년), 오페라(도시의 오페라), 일렉트로닉(바운스)까지 한국에서 음악적 실험을 안 해본 게 없다. 그 다채로운 장르들이 모두 인기를 끌었다. 진성, 탁성, 가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가창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조용필은 이날 한 시간 여에 걸친 기자간담회에서 ‘나이’에 대한 언급을 자주 했다. 그는 “목소리가 과거와 같지 않다”고 했다. 변하지 않은 건 완벽주의자로서의 면모다. 미국 스튜디오와 믹싱 엔지니어와 함께 작업한 이번 앨범은 수정 작업을 18번 이상 거듭했다. 결국 그 엔지니어가 한국에 찾아오기도 했다.

50년의 음악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도전이죠. 해보고 싶은 욕망이 많았어요. 다 이루지 못하고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스튜디오밖에 모르고 살아요. 음악밖에 모른다는 말이 어쩌면 맞겠지요. 나에게 꿈이 있다면, 그저 오래 노래하는 것입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