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2일 인도법인을 인도 증시에 상장했다. 시민들이 뭄바이에 있는 인도증권거래소(NSE) 앞을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22일 인도법인을 인도 증시에 상장했다. 시민들이 뭄바이에 있는 인도증권거래소(NSE) 앞을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언스트&영(EY)에 따르면 인도 증시 기업공개(IPO) 규모는 올해 3분기까지 94억4000만달러로 미국(273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한국 IPO 시장(21억달러)은 물론 중국 시장(68억달러)도 제쳤다.

니르베르 시두 HSBC 인도법인 투자은행(IB) 공동대표는 22일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 상장 기념식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인도 증시는 이제 미국 증시 이상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갖췄다”며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가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수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 서울지점 대표는 “인도 증시는 미국 증시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며 “1억 명에 달하는 인도 개인투자자의 지지를 받으면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여러 글로벌 기업이 인도 증시 문을 두드린다”고 했다.

성장성 큰 인도 시장

인도 IPO 규모 '세계 2위'…지멘스·네슬레 등 다국적 기업 집결
인도는 시장이 덜 성숙한 나라로 꼽힌다. 에어컨이 대표적 사례다. 보급률이 9%에 불과해 아직도 보기 드문 가전제품으로 꼽힌다.

바꿔 말하면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인도 에어컨 시장 규모는 2억8580만달러다. 스태티스타는 2029년까지 에어컨 시장 연평균 성장률을 12.07%로 전망했다. LG전자를 비롯해 볼타스, 다이킨, 파나소닉 등 가전 기업이 인도에 진출한 이유다. 인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올해 2분기 기준 224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26.4% 증가했다.

인도 내수 시장이 커지자 글로벌 자금도 자연스럽게 인도 증시로 몰리고 있다. 인도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4조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6월 기준 5조달러로 급격히 불어났다.

그동안 국내 기업은 해외 상장 시 주로 미국 증시를 택했다. PwC에 따르면 1994~2023년 해외 상장한 국내 기업 37곳 중 29곳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시장,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등을 선택했다. 밸류에이션을 높게 평가받는 영미권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이유였다.

지금은 인도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뉴욕증시에 육박했다. EY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인도 대표 지수인 센섹스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4.1배, 미국 S&P500지수는 26.8배였다. 이머징마켓(신흥국 시장) 증시지만 저평가될 우려가 작은 편이다.

지멘스, 네슬레, 유니레버 등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인도 증시에 상장한 이유다.

인도 개미 1억 명 육박

인도 주식 투자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격히 불어났다. 2020년 3100만 명이던 인도 개인투자자는 2022년 5940만 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7270만 명을 거쳐 올해 8월에는 1억 명을 돌파했다.

개인투자자 중 젊은 층 비중이 높다는 점도 인도 증시의 매력이다. 30대 미만 개인투자자 비중이 2018년 22.9%에서 올해 40%까지 치솟았다. 반면 50대 이상 비중은 2018년 25.8%에서 올해 15.2%로 10.6%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인도증권거래소(NSE)와 뭄바이증권거래소(BSE)에 동시 상장했다. 인도 증시는 두 거래소에 함께 상장할 수 있어 서로 경쟁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는 한국 시장과 다르다.

NSE, BSE는 각각 니프티50지수와 센섹스30지수를 대표 지수로 삼고 있다. 나빈 와드와니 JP모간 인도법인 IB 총괄은 “이번 청약에서 총 170만 건 이상의 신청이 접수됐으며 이 중 160만 건 이상이 개인투자자”라며 “이는 인도 IPO 역사상 역대급 참여”라고 평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한 스탠딩 인터뷰에서 “IPO를 통해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도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뭄바이=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