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요즘 가장 많이 찾은 해외 거점이다. 최근 1년여간 세 차례나 방문했을 정도다. 22일 정 회장이 찾은 곳은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였다. 현대차 해외법인 중 처음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자리를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도 시장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인도가 곧 미래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상장을 계기로 인도법인을 한국에 이은 제2의 생산 허브로 키우기로 했다.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대부분 인도에 재투자하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 150만 대 생산체제

현대차 "인도는 글로벌 제2 생산허브"…중동·아프리카에도 수출
세계 최대 인구대국(14억4000만 명)인 인도는 올 회계연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8.2% 증가했다. 인도 정부의 예상치(7.3%)를 웃도는 수치다. ‘탈(脫)중국’에 나선 글로벌 기업을 인도가 껴안은 결과다. 인도는 중위연령이 28세로, 한국(46세)보다 크게 낮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덕분에 지난해 410만 대였던 인도 승용차 시장 규모는 2030년 500만 대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가 해외법인 중 최초로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사람들이 주식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인도 기업’이란 인식이 생길 것”이라며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와 차별을 걱정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이번 상장으로 유치한 4조4000억원가량 대부분을 인도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푸네공장의 생산시설 확충 공사에 1조원가량이 투입될 전망이다. 푸네공장은 이를 통해 내년 연 25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춘다. 최근 확장 공사를 마친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합하면 연 107만 대 생산 체제로 늘어난다. 연 43만 대 생산이 가능한 기아의 아난타푸르공장까지 더하면 현대차·기아의 인도 생산량은 연 150만 대로 확대된다.

현대차·기아는 상장을 계기로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인도에서 현대차는 2위(점유율 14.1%), 기아는 5위(5.8%)였다. ‘인도 국민차’란 이미지를 입히고 생산 능력도 끌어올려 1위(마루티스즈키·40.8%)와의 격차를 좁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중동 전기차 허브로

현대차·기아는 인도에서 잘 팔리는 소형 승용차에만 집중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는 내년 초 크레타 전기차를 포함해 2030년까지 5개 전기차를 개발할 계획이다. 기아도 내년에 인도에서 전기차 생산에 나서 2030년까지 4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현지 정부의 목표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인도의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도 자금을 투입한다.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셀과 배터리팩, 전기차 구동장치(PE) 등 주요 부품을 인도에서 조달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첸나이공장이 있는 타밀나두주와 향후 10년간 △전기차 배터리팩 조립 공장 신설 △전기차 라인업 확대 △고속 충전기 100개 설치 등을 약속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배터리셀 현지화까지 추진 중”이라며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인도기술연구소의 역량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인도 맞춤형 차량 개발뿐 아니라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연구 임무도 맡길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인도의 정보기술(IT) 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앞으로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인도 공장에서 만든 차량을 ‘뜨는 시장’으로 꼽히는 중동과 아프리카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유럽과 더 가까운 튀르키예 공장을 제외하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공장이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도와 아프리카의 인기 차종이 겹쳐 전략적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