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업계 화두는 ‘프렌드 쇼어링’이다. 동맹 또는 우방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프렌드 쇼어링이라는 큰 틀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신흥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대차는 한국 공장을 글로벌 허브로 두고, 전 세계 주요 거점에서 현지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 공장에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제값 받는 차’를 만들어 수익성을 높이고, 체코 등 유럽 공장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공장에선 현지 맞춤형 전략 차종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식이다. 인도는 그중에서도 현대차가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이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현대차의 ‘빅픽처’다.

인도 다음으로 현대차가 주목하는 곳은 중동 시장이다. 현대차 튀르키예 공장은 올해 상반기 119.9%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이 운영하는 글로벌 13개 공장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현지에서 주문이 쏟아져 연일 야간·주말 특근을 하고 있을 정도다. 현대차는 내연기관 차량만 생산하는 튀르키예 공장에서 내년부터 전기차도 제작할 전망이다. 중동 시장에서 몰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연간 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공장을 추가로 짓고, 2026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글로벌 전략은 경쟁사와의 과감한 동맹이다.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관계를 맺고, 철강·알루미늄 등 핵심 원·부자재 공동 구매를 포함한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와 GM은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카 등 미래 모빌리티 개발로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렇게 개발한 하나의 차종을 양사가 여러 브랜드로 판매하는 ‘리배징’ 전략을 펼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도요타와의 동맹도 구체화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오는 27일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인 일본 도요타그룹(1123만 대) 수장 도요다 아키오 회장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미래 모빌리티 전략뿐만 아니라 수소 생태계 구축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