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이냐 친윤이냐…딜레마 빠진 추경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의 균열이 생기면서 추경호 원내대표(사진)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졌다. 대통령실이 추 원내대표 역할론에 무게를 실으면서 한 대표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당내에서 목소리가 눈에 띄게 작아진 친윤(친윤석열)계 좌장 역할까지 떠맡을 처지다.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러 현안을 조율해온 그간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다.

22일 추 원내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과의 만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대통령께선 필요할 때 의원들과 불시에 연락해 가벼운 자리를 갖는다. 통상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만찬이 한 대표와의 차담 직후에 이뤄진 이유에 대해서는 의미 부여를 피했다. 추 원내대표는 “만찬은 국회의원들과 여의도에서 했고, 그 이후에 연락이 있어서 (다른) 여러 분과 (대통령이) 함께 있는 자리에 제가 잠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사실상 ‘패싱’하는 대신 원내 사령탑인 추 원내대표에게 의도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에도 윤 대통령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추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상임위원회 여당 간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했지만, 한 대표는 부르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도 당내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이 이뤄진 21일 중진들과 회동을 하며 야당의 탄핵 공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추 원내대표는 그간 스스로를 ‘계파가 없는 중립’임을 강조하며 한 대표와도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그는 지난 8월 관훈 토론회에서 “한 대표와 소통에 문제가 없다. 소위 친한(친한동훈)이라고 하는 사람보다 더 많이 한 대표와 소통하고 있다”며 “추경호는 친윤이기도 하고 친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엔 대통령실을 엄호하는 과정에서 원외 대표인 한 대표와 쟁점 현안을 두고 잦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해병대원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당정 갈등이 당내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선 한 초선 의원이 추 원내대표에게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말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