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2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북한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했다. 이어 러·북 군사 협력에 맞춰 단계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군사 협력 수준이 일정 단계를 넘을 경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을 고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대통령실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대통령실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정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하며 현재와 같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이를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며 “러·북 군사 협력에 대한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가 이행되도록 동맹 및 우방국들과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파병 과정에서) 핵과 핵미사일 고도화에 필요한 고급 군사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얻어내거나 재래식 무기 성능을 개량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북·러 군사 협력에 단계별로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응하기로 했다. 지금은 북한군이 러시아 현지에서 전투 준비를 하고 있지만 실제 우크라이나 격전지로 투입되는 등 협력 수준이 높아지면 이에 맞춰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단계별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공격용(무기)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막을 방공 체계, 155㎜ 포탄 등의 지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엔 북한대표부는 이날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보내고 있다는 우리 정부 발표에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공개된 사실은 동맹국인 미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기타 우방국들과 긴 시간에 걸쳐서 함께 모으고 공유하며 만든 정보 결과”라고 설명했다.

북한과의 군사 협력은 주권적 권리라는 러시아의 주장에는 “국제법에 저촉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행동을 버젓이 하는 게 주권적 권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북한군 전력을 탐색하기 위해 모니터링단 파견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는 “북한군이 아직 전장에 대규모로 투입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확정할 수 없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