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중동 상황에 국제 유가 2% 올라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갈등 고조와 공급 감소 우려로 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그간 부진했던 중국의 수요가 금리 인하를 비롯한 경기 부양책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만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2.2% 오른 배럴당 72.09달러에 마감했다. 12월 만기 브렌트유는 2.4% 오른 배럴당 76.04달러에 거래됐다.
국제 유가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
국제 유가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가자 전쟁 발발 이후 11번째 중동 순방에 나섰지만, 중동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유 시장에서 중동 갈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과 만나 가자지구 전후 구상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서방 세력이 이스라엘에 중동 지역의 휴전을 촉구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도 강도 높은 군사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고위 관리인 하셈 사피에딘을 3주 전 공격으로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사피에딘은 수장이었던 하산 나스랄라의 후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레바논 정부는 이날 지난 1년 동안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120만명이 넘는 주민이 피란민이 됐고, 총 253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중 최소 63명은 만 하루 동안의 사망자 수다.

레베카 바빈 CIBC프라이빗웰스 선임 에너지트레이더는 "지정학적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와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끊임없이 밀고 당기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며 "이 환경은 여전히 매우 불안정하며, 원유 가격 변동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중국 베이징의 인민은행 전경. 사진=한경DB
중국 베이징의 인민은행 전경. 사진=한경DB
또한 국제 유가가 이틀 연속 상승한 배경에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전날 중국이 대출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지난 21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실상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5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LPR)와 1년 만기 LPR을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5%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경기 부양 수단인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지난주 중국의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0만 배럴 정도 증가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산업 생산과 소매 판매가 예상을 뛰어넘으며 석유 수요도 함께 늘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지난 18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9월 중국의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2% 증가해 예상치(2.5%)를 상회했고, 산업 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예상치(4.5%)를 웃도는 수치다.

알렉스 호데스 스톤엑스 에너지 분석가는 "아마도 (중국의) 수요가 낮은 수준을 보였겠지만, 그것(경기 부양책)이 상황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합의가 많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책이 석유 수요로 이어지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원유 수요는 조만간 공급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정부는 원유 수입 할당량을 올해 2억4300만톤에서 내년도에는 2억5700만톤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석유 재고도 감소세다. 스톤엑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주 전 세계 석유 재고량은 약 12억4000만배럴로 지난해보다 500만배럴 줄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