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중국·인도 등의 수요 증가로 계속 뛰고 있다. 올 들어서만 30% 넘게 뛰었는데도 추가 상승 기대가 더 확산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2747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40% 치솟은 수준이다. 1년 전만 해도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 밑에서 움직였다.
'호재만 있다' 천장 없는 금값…"3000달러까지 더 상승할 것" [원자재 포커스]
금값은 올해 2007년 이후 최고의 연간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중동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는 데다 다음달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안전자산으로 금의 매력이 커진 영향이다. UBS는 "금 전망이 상당히 강세"라며 "내년에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까지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거시 환경도 금값에 호재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는 최근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섰다. 돈과 달리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은 통상 금리가 내려갈 때 투자 매력이 커지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올 들어 각국 중앙은행들도 대거 금 매입에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은 483t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달러화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준비금을 다각화하는 추세라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금값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호재만 있다' 천장 없는 금값…"3000달러까지 더 상승할 것" [원자재 포커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리 인하, 중앙은행의 구조적인 수요 확대, 지정학적 위험 등의 요소가 맞물려 헤지 효과성 금값 매입도 늘고 있다"고 했다. 투자자들에게도 장기 추천 의견을 제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음달 초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몇주간 많은 시장 위험이 불거질 것"이라며 "물론 이 시기에 가격 변동성이 심화할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금이 투자자들을 매료시키는 이유'라는 분석을 통해 최근 금값 상승을 집중 조명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개인 자산들이 선호하는 패밀리 오피스에서 금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패밀리 오피스의 운용자산은 2019년 3조3000억달러에서 최근 5조5000억달러까지 급증했다. 통화 가치는 시장 변수에 따라 급등락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들 패밀리 오피스는 금을 상대적으로 선호하고 있다. 비교적 고정된 공급량을 보장하고 역사적으로 인기를 끌어왔기 때문에 시장 리스크에서 자산가들을 보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실제 패밀리 오피스의 3분의 2 이상이 금에 투자하고 있다. 수요는 주로 아시아 패밀리 오피스가 주도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실물 금에 대한 소비자 구매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선 부동산 위기로 자산가들이 금을 특히 더 찾고 있다"며 "올 상반기 금 구입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빠른 경제 성장으로 자산가들이 늘면서 금 담보 대출이 급증하는 추세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