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소리에서 득음의 경지에 올랐던 광대 이날치가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인다.
국립창극단은 신작 '이날치傳(이날치전)'을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창극 '이날치전'은 조선 후기 8인의 명창 중 한 사람이자, 잽싸게 줄을 탄다고 하여 '날치'라는 별명을 얻은 이경숙(1820~1892)의 삶을 소재로 했다. 이경숙은 신분제가 몰락하던 조선 후기 양반집 머슴으로 태어나 조선 최고의 명창이 된 인물. 줄광대와 고수를 거쳐 소리에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
국립창극단, 신작 창극 '이날치전' 무대 올린다
작품 주인공인 이날치 역에는 국립창극단의 젊은 소리꾼 이광복(사진 앞 쪽)과 김수인이 캐스팅됐다. 김수인은 노래를 하기 전 무용을 했던 이력이 있어 이날치 역할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소리꾼이기도 하다. 이날치의 의형제 '개다리'역에는 최용석이, '어릿광대'역에는 서정금이 나선다. 이날치를 사랑한 여인 '유연이' 역은 신입 단원 이나경이 맡는다.

창작극이기에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두루 뭉쳤다. 작창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예능 보유자 윤진철이, 작곡과 음악감독은 국악관현악과 창극, 뮤지컬을 넘나들고 있는 손다혜가 맡았다. 극본을 쓴 윤석미 작가는 역사책 기록을 토대로, 상상력을 불어넣어 이날치를 둘러싼 이야기를 꾸몄다. 신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운명을 개척해 예인으로 살다간 이날치의 삶을 여러 일화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연출가 정종임은 이날치의 서사를 중심으로 흥겨운 우리소리와 전통연희가 어우러진 창극을 선보일 계획이다. 판소리가 가장 성행했던 조선 후기 모습이 무대에 오르는 가운데 줄타기, 판소리, 고법, 탈춤 등 전통예술의 향연이 펼쳐지게 된다. 줄타기 장면도 무대 위에서 재현된다.

무대는 지름 10m 안팎의 원형으로 이뤄져 '소리판'의 느낌을 부각한다. 원형 무대를 둘러싼 성곽, 기와로 장식한 솟을대문 등이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고 LED패널의 영상을 통해 시공간의 전환을 표현한다. 11월 19~20일 진행되는 공연 뒤에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도 예정돼 있다. 티켓 예매 등 자세한 내용은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