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반려동물 위한 처방식 사료, 간식처럼 먹여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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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펫푸드 표시제도 개정안'
예상 밖으로 처방식 사료를 기타 사료로 분류
엄격한 관리 필요한데 간식처럼 오남용 우려
EU 등 반려동물 선진국 따로 가이드라인 마련
예상 밖으로 처방식 사료를 기타 사료로 분류
엄격한 관리 필요한데 간식처럼 오남용 우려
EU 등 반려동물 선진국 따로 가이드라인 마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3일 ‘펫푸드 표시제도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소와 돼지 등의 가축용 사료로 분류·표시됐던 펫푸드에 대한 별도의 분류체계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원료 중심이었던 기존 가축용 사료의 분류 체계(단미사료, 배합사료, 보조사료)에서 반려동물 완전 사료 및 간식 등을 포함하는 ‘기타 반려동물 사료’를 분리하는 내용이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 예상과 달리 당초 별도 유형으로 분류될 것으로 기대됐던 ‘처방식 사료’는 ‘기타 반려동물 사료’에 포함됐다. 처방식 사료란 대사 기능이 손상된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특별한 영양학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료다. 특수 목적에 따라 수의사와의 상담과 진단을 통해 급여해야 한다. 처방식 사료가 간식 등과 함께 기타 사료로 분류되면 질환 관리가 필요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보호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처방식 사료, 간식과 다른데…

처방식 사료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반려동물이 주식으로 먹는 ‘완전 사료’나 보호자와의 유대감 강화를 위한 간식과는 엄연히 용도가 다르다. 반려동물의 신장 질환용 사료는 인 함량을 줄이고 단백질을 제한해 신장의 부담을 덜어준다. 알러지용 사료는 특정 단백질을 사용하거나 제외해 면역 반응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사람의 경우 당뇨나 투석 환자가 식단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과 같이 반려동물 사료도 영양 성분이 질환에 맞게 조정돼있다. 이상이 있는 대사 기능에 필요한 특정 영양 요구를 충족시킨다. 따라서 건강한 반려동물이 처방식 사료를 장기간 섭취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 질환이 있다가 호전된 반려동물에게 자가 진단을 통해 처방식 사료를 계속해서 급여하는 경우 다시 건강이 악화될 수도 있다. 그만큼 처방식 사료는 수의사의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개정안에서 건강한 반려동물의 주식에 해당하는 ‘반려동물 완전 사료’를 제외한 모든 사료 유형은 ‘기타 반려동물 사료’로 분류됐다. 만약 이대로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처방식 사료가 개껌이나 육포, 펫밀크 등 간식과 동일하게 분류된다. 보호자들은 처방식 사료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오남용 할 수도 있다.
○일반 사료와 혼동 주의해야

또한 제품 라벨에 영양 목적과 사용 대상 질환을 명확하게 표시해 소비자들이 처방식 사료를 일반 사료와 혼동하지 않도록 돕는다. 특히 수의사의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수의학계 및 업계에서는 반려동물의 질환과 영양 구성에 대한 기존 연구 모델을 참고한다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처방식 사료를 별도 구별해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검증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수의영양학계 전문가는 “이번에 공개된 개정안에 펫푸드 산업의 발전을 위한 유의미한 개선 사항들이 많다”며 “다만 처방식 사료의 법적 구분은 특정 학계나 업계의 이점 때문이 아닌 반려동물의 건강과 복지 증진을 위한다는 당초 정부의 목표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편의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