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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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작가가 소설과 영화에 이어 드라마까지 내놓은 솔직한 기쁨을 전했다.

박상영 작가는 23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인터뷰에서 "이 작품이 무사히 공개된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다"며 "예상하다시피 플랫폼에서도 편성의 어려움이 많았고, 배우들 캐스팅할 때도 소재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작가 고영이 다양한 만남을 통해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청춘의 로맨스를 그린다. 10만 부 이상이 팔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작가가 극본을 맡아 원작의 장점에 드라마만의 새로운 설정을 더해 매력을 전한다. 특히 에피소드별로 연출을 달리하는 할리우드 시스템을 차용해, 4명의 감독이 각자의 연출 스타일을 발휘해 영화를 보는 듯한 총 8편의 시리즈를 완성했다.

지난 21일 티빙에서 8부 전편이 공개됐다. 드라마 1, 2회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지난 1일 개봉했다. 박상영 작가는 "친구들은 10월이 '대도시의 달'이라고 하더라"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주인공인 고영 역을 맡은 남윤수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드러냈다.

박상영 작가는 "이웃에 있을 거 같지만 실상 없는 비주얼의 배우 아니냐"며 "웃기만 해도 따라 웃게 된다. 감정에 이입하게 된다. 그걸 보면서도 '(남)윤수가 내가 창조한 것과 다른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고 극찬했다.

남윤수의 캐스팅에 대해 "무속적인 예감으로 '남윤수가 물망에 올랐다' 했을 때 '할 거 같다'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연기를 보며 정말 게이 같아 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그게 연기자에겐 극찬이 아닐까 싶었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이어 "역할의 정체성이 완벽하게 녹아들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윤수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작품을 촬영한 후에도 제가 '혐오 단체에 공격받으면 어떡하나', '광고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니 '그런 게 어디 있느냐, 남자 좋아하는 남자 연기한 거다'라고 말해주는 게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상영 작가와 일문일답.
/사진=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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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직접 쓴 각본이 처음 공개돼 감회가 새로울 거 같다.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대도시의 사랑법'을 드라마로) 선보일 수 있다는 게 기쁘고, 오픈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예상하다시피 플랫폼에서도 편성의 어려움이 많았고, 배우들 캐스팅할 때도 소재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어려움도 다른 작품과 도드라진 어려움이었다.

▲ 드라마와 영화가 동시에 선보여지게 됐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영화와 드라마가 공개가 동시에 됐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저와 제 친구는 10월이 '대도시의 달'이라고 한다. 안 좋은 영향을 주진 않을까 우려되는 마음도 있었는데 무사히 오픈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 있다.

▲ 실제로 시민단체들이 많이 반대하지 않았나.

전 솔직히 많이 겪어서, 콧등에 먼지 앉은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에스파 '위플래시'보다 더 많은, 엑스(옛 트위터) 핫트렌드 1위를 달리고 있다. 정말 많은 피드백이 나오고 있다. 진한 연애를 하고 나온 기분이라 행복하다. 배우와 캐릭터를 사랑하는 게 눈에 띄었다. 결말과 관련된 질문들을 너무 열렬하게 보내주셨다. 제가 부업이 작가고, 본 직업이 네티즌이라 이런 반응들을 다 찾아본다.(웃음)

▲ 이전부터 BL이나 퀴어물이 사랑받았는데,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그만큼 생생하게 현실을 담은 거 같다. BL은 판타지 요소로서 아름답게 포장된 극이라 그런 극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 텐데, 현실의 온도에 맞닿아 있는, 실제 퀴어의 삶에 바짝 붙어 있는 작품이라 반대하는 분들의 타깃이 된 거 같다.

▲ 원작자로서 영화와 드라마의 매력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영화는 재희에게 포커스가 많이 가 있다. 여성의 삶의 애환이 중심으로 다뤄진 서사라면 드라마 시리즈는 고영이 화자이고, 남성 성소수자의 이야기가 주된 전개 방식이 된다. 그 점이 큰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상업적인 공식을 많이 사용했다. 그런 재미가 두드러졌다면, 드라마에서는 좀 더 로맨스 장르에 가깝다.

▲ 원작이 유명하다 보니, 드라마 각색에 부담은 없었을까.

부담이 없었다. '망쳐도 내가 망친다' 이런 거였다.(웃음)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비슷한 시기에 웹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됐다. 처음부터 극본과 소설을 같이 썼고, 매체별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아서 누락이나 변형되는 부분이 있을지언정 영상으로 담아내는 걸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드라마는 연출자가 4명이나 있었다. 소통의 어려움은 없었나.

있었다. 일반적으로 1명이랑만 하면 되는데, 저는 4명이고, 일정이 갑작스럽게 결정돼 어떤 분과는 소통을 거의 못 하고, 어떤 분과는 전적으로 했다. 어떤 회차는 거의 제가 쓴 글이 거의 남지 않았다. 어떤 회차는 100% 다 남았다. 그것도 다 흥미로웠다. 연출 포인트도 다르고, 소통 과정에서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하기 힘든 경험이기도 했다. 제작발표회에서 '시어머니 네분'이라고 했는데, 농담이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 실제로 성소수자이자, '대도시의 사랑법'도 자전적인 소설로도 알려졌는데, 이런 부분을 연출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갈리거나 하지 않았나.

전 감독님께 다 맡겼다. 이런 소재에 익숙하지 않은 감독님도 계셨다. 그런데도 인간의 감정에 대한 탐구 아닌가. 그래서 이걸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제작발표회에서 남윤수에 대한 매력을 칭찬했다.

너무 매력 있다. 이웃에 있을 거 같지만 실상 없는 비주얼의 배우 아닌가. 웃기만 해도 따라 웃게 된다. 감정에 이입하게 된다. 그걸 보면서도 '(남)윤수가 내가 창조한 것과 다른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무속적인 예감이 '남윤수가 물망에 올랐다' 했을 때 '할 거 같다' 했는데, 역시나 맞아 보였다. 정말 게이 같아 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그게 연기자에겐 극찬이 아닐까 싶었다. 역할의 정체성이 완벽하게 녹아들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윤수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한다. 작품을 촬영한 후 제가 '혐오 단체에 공격받으면 어떡하나', '광고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니 '그런 게 어디 있느냐, 남자 좋아하는 남자 연기한 거다'라고 말해주는 게 감사했다.

▲ 남윤수 키스신과 베드신이 많아서 '일부러 늘린 거 아닌가'라는 반응도 있었다. '15명 정도 키스했다' 이런 얘기도 있었다.

캐스팅 후 바뀐 건 아니었다. 초고를 쓸 때부터 '사고 쳐보자' 이런 마음이었다. 한국에 없던 거, 신선하고 파격적인 그림을 만들자고 해서 키스 장면, 베드신 다 넣어 이렇게 해보자고 했다. 그러고 등급도 '15세로 만들까'해서 순화한 게 이 정도다. 저는 스스로 '이 정도면 하츄핑 정도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EBS에서 틀어도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퀴어로서 섹슈얼리티를 보여주는 요소라 정확하게 아름답게 보여주려 했다.

▲ 배우들과 소통 과정은 어땠나.

드라마 작가로서는 입봉작이라 내가 쓴 대사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경험을 처음으로 했는데, 그 배우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준비해왔다. 원작을 읽는 건 물론이고, 어떻게 해석하고, 움직여야 하는지 계획을 다 갖고왔다. 그래서 대본 리딩을 하면서도 기뻤다. 어리고 신인이라도 믿고 맡길 수 있어서 행복했던 경험이었다. 모든 배우들이 퀴어 캐릭터를 맡는 게 어려운 선택일 수 있는데, '퀴어 커뮤니티' 이론이 된 거처럼 말해주고, 뿌듯하고,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일에 대한 게 아니라 삶으로서 진심으로 이 작품에 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여러 에피소드 중에 추천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5, 6회 같은 경우 이 드라마의 허리이기도 하고 홍지영 감독님이 완벽하게 이해하고 찍어주셨다. 영과 규호가 사랑의 정수 같은 캐릭터라 그들의 사랑의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다. 일상의 연애 온도를 다 담아서 추천한다.

▲ 소설의 일부만 살려 영이의 아름다운 로맨스만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전체를 살린 의도가 있을까.

부족한 부분까지 캐릭터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영이가 '남미새'(남자의 미친 새X)지 않나. 그런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런 거 아닌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사랑이 주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추악한 것도 보여주는 '탐구보고서'로서 '대도시의 사랑법'을 집필했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이중적인 마음을 보여주는 게 필요해 보인다. 1, 2회 치기 어린 여러 남자를 전전하는 모습을 거쳐 안정된 사랑을 찾은 거라고 봤다. 즐겁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리는 게 흥행 공식일 수 있는데, 진짜 삶의 연애, 진짜 삶의 사람을 얘기하고 싶었다.

▲ 굳이 현실을 담아낸 이유가 있을까.

춤추는 장면도 저는 귀엽게 나오길 받았다. 피드백 찾아보니. 제가 느끼기에는 감독님은 현실을 재현하고 싶었던 거 같다. 미디어 속에서 대상화되고, 포장만 된 걸 그걸 한 꺼풀 벗겨낸 거 같다. 티아라는 모임도 제가 좋아한다. 어딜 가도 티아라 노래가 나와서. 그래서 티아라의 음악을 하고 싶었고, 친구들도 그렇게 했다.

▲ 주변 반응은 어떨까.

친구들 좋아한다. 클럽도 항마력이 달린다고 하더라. 그들도 그렇게 놀아놓곤.(웃음) 전체적으로 '이태원 가고 싶다', '놀러 가고 싶다', '우리 20대가 생각난다' 이런 말들을 하더라. 요즘 젊은 친구들은 '사극 아니냐'고 하더라. 그리고 요즘 애들은 술을 안 마신다고 하더라. 음주 문화가 성숙해진 걸 느끼고,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서 하고 있다.

▲ 작가님의 20대도 그렇게 핫했나.

핫하게 놀진 않았고, 술을 많이 먹었다. 술 먹으면 사고가 나지 않나. 소설의 이야기는 가공된 게 많지만, 그 씨앗은 거의 남아 있다. 술을 많이 먹었던 저의 20대가 씨앗이다.

▲ 작가로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다.

놀랍게도 전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글의 진정성으로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음대로 생각하셔라'라고 했다. 정체성을 말하는 게 비평받는 게 아니라 '좋을 대로 생각하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게 '대순가' 싶기도 하다. 복잡한걸 안 좋아해서 깔끔하게 생각한다는 주의라 이렇게 가게 된다.

▲ 앞으로서 작가로서 어떤 정체성을 보여줄까.

이미 두번째 드라마를 집필 중이다. 퀴어가 아닌 다른 장르의 오리지널도 쓸 생각이 있고, 앞으로도 소설가와 드라마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한계를 두지 않고 쓰고 싶다. 금기나 시장에서 쓰지 않는 얘기를 쓰고 싶은 작가가 되고 싶다. 지금 쓰는 건 돈에 미친 사람들에 대한 거다. 시스템에 대한 얘길 담아보고 싶다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부자 되고 싶어서 발악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대중 장르 아닌가. 드라마의 경우 피드백을 다 받아들이려고 했고, 특히 제작사에서 요구하는 말은 '쩐주'의 말이라 더욱 그렇게 하려 했다. 제가 5000원을 쓸 때도 가성비를 따지는데, 적어도 돈 쓴 사람에게 손해 보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 BL과 퀴어는 다른데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 BL을 좋아하는 사람이 우릴 봐주시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인식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아닌가. 저에겐 든든한 동지라고 생각한다.

▲ 요즘 출판붐이라고 하는데, 영화와 드라마까지 해서 '대도시의 사랑법' 판매가 어떤지 궁금하다.

5년 전에 나온 책이 붐업하고 있는데, 최근엔 한강 선생님 덕분에 더 잘되고 있다고 해서 행복하다. 비빔밥 좋아하신다는데, 밥을 사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

▲ 작가와 드라마, 네티즌까지 겸업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지 않나.

엉망진창이다.(웃음) 제가 그래서 이렇게 된 거다. 처음 작가 생활할 때 기자를 하다가 투잡으로 작가를 했다. 수면 시간이 줄어들어서 이렇게 쪘고, 8년간 작가 생활을 하면서 농익은 상태로 여러분을 만나게 된 거다.

▲ '대도시의 사랑법'을 어떻게 봐주길 바라나.

이런 이야기를 봤으면 좋겠다고, 이런 걸 보고 싶다는 걸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이 이야기가 닿길 바라본다. 일단은 '대도시의 사랑법' 많은 분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배우분들 한류스타 만들어 달라. 우리 배우들 투어시킬 수 있도록 성원과 사랑이 필요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