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모델이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을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멀티 LLM 에이전트'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모델이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을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멀티 LLM 에이전트'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개인화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AI 친구'를, SK텔레콤은 'AI 비서'를 앞세워 일상 속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면서도 기능과 비전에서 아직 다듬을 게 많다고 짚었다.

'AI 친구' 공개한 카카오…관계·맥락 기반 '초개인화'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새로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나나'를 내년 초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카나나는 '가장 나다운 AI'라는 뜻을 가진 카카오의 통합 AI 브랜드 명칭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카나나를 일상 속 'AI 메이트'라고 강조했다. 사용자를 가장 잘 아는 친구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실제 친구처럼 작동 가능하도록 사내 시범 도입 등 막바지 작업을 앞두고 있다.

카나나는 1대 1 대화, 다른 사용자와의 대화방 등 모든 대화와 관계를 토대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개인화된 답을 제시한다. 앱 안의 모든 대화를 기억하는 AI 메이트 '나나'는 사용자 일상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짝꿍 역할을 한다. 개인 일정을 알려주기도 하고 먼저 안부를 묻거나 맛집 추천·문서 요약 등 여러 기능을 갖췄다. 나나와의 1대 1 대화뿐 아니라 다른 대화방에서 오간 내용을 모두 기억해서다.

다른 사용자와의 대화방별로 작동하는 '카나'는 매니저 같은 역할을 한다. 가족 대화방이든 대학 조별과제 대화방이든 단체대화방 내에서 오간 대화를 기억해 휴가지 숙소를 추천하거나 논문을 요약하고 퀴즈를 내주는 조력자가 된다.

이상호 카카오 카나나엑스 성과리더는 전날 '이프카카오 2024'에서 "글로벌 AI 서비스들은 대부분 1대 1 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개인 비서처럼 AI를 쓸 수 있지만 그룹 단위로 도움을 주는 방식은 글로벌 최초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가 새 서비스를 '친구', '짝꿍'으로 강조하는 배경엔 초개인화된 AI를 실현하겠다는 포부가 깔려 있다.
이상호 카카오 카나나엑스 성과리더가 지난 22일 오전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 2024'에서 신규 AI 서비스 카나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제공
이상호 카카오 카나나엑스 성과리더가 지난 22일 오전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 2024'에서 신규 AI 서비스 카나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제공

에이닷, MAU 300만명 돌파…AI 에이전트 관심↑

반면 일찌감치 AI 서비스 '에이닷'을 선보인 SK텔레콤의 경우 카카오보다는 사무 기능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을 'AI 개인비서'로 내세웠다. 카나나처럼 단체대화방에서 나눈 다른 사용자와의 대화 내용을 토대로 서비스가 제공되진 않지만 1대 1 개인비서가 할 수 있는 기능을 충분히 갖췄다.

에이닷은 지난 8월 대규모 서비스 개편을 거쳐 AI 개인비서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할 일 △일정 △기록 등 일상을 통합 관리하는 '데일리' 기능을 선보였다. 음악·미디어·증권·영화예매 등 전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에이전트 기능도 추가됐다.

예컨대 비서에게 이야기하듯 약속이나 미팅, 할 일을 알려주면 에이닷이 이를 알아서 일정으로 정리해둔다. 약속시간이 다가오면 평소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토대로 예상 이동시간을 알려주고 출발시간대별 도착 예정시간을 안내한다.

SKT 역시 전날 에이닷을 PC로도 이용할 수 있는 '멀티 LLM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멀티 LLM 에이전트에선 챗GPT 3종, 앤스로픽 클라우트 3종, 퍼플렉시티, SK텔레콤 자체 모델 A.X.등 총 8종에 이르는 모델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를 발 빠르게 내놓은 결과 사용자·가입자 수도 증가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에이닷 앱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정식 출시 1년 만인 지난달 기준으로 313만여명을 기록했다. 패널을 통한 통계적 추정 방식인 만큼 실제 수치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MAU가 증가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에이닷 MAU 증가세를 보면 AI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에이닷은 출시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MAU 131만명을 기록했고 10개월 만에 200만명을 넘어섰다. 200만명을 넘어선 지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300만명을 돌파한 것. 앱 가입자 수는 500만명이 넘는다.

카나나·에이닷, 대중화 과제는 '기능 고도화'

카나나·에이닷 같은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대중화되려면 사용자들이 필요로 할 수준의 고도화된 기능과 킬러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람의 역할을 보조하는 AI 비서 기능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인 것은 분명하지만 당장 보급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긴 쉽지 않다"며 "소비자 니즈를 자극할 수 있는 기능이 더 갖춰져야 하는데 아직은 조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전날 카나나 앱 출시와 AI 사업 방향을 공개하긴 했지만 'AI 에이전트' 측면 비전 제시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들과 달리 AI 에이전트에 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나나나 에이닷도 'AI 에이전트'라고 부를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서비스들은 AI 에이전트라고 보기는 어렵고 '시발점' 정도 된다"며 "사람이 했던 일을 사용자가 더는 하지 않도록 하는 게 AI 에이전트인데 아직 이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형태는 아마 내년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을 통해 본격 경험하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