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AI에 따른 반도체 주가 차별화…삼성전자 하락,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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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이후 3개월이 지난 현재, 반도체 섹터 내에서는 전과 다른 주가 차별화가 발생했다. 조정 전까지는 반도체 업종 내 종목들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했다면, 조정 이후로는 소수의 종목들만이 7월의 고점을 돌파했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TSMC, 어드반트테스트 등 AI 핵심 종목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 외 대다수 종목들은 이전 고점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일부는 반등없이 지속 하락하였다. AI에 대한 매출 비중이 크고, AI에 관련하여 타사 대비 확고한 선도 위치에 있는 기업들에 대한 주가 차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7~8월 조정 국면에서는 동반 하락하였으나, 9월 이후 주가는 방향성을 달리했다. 메모리 사이클의 영향을 받는 양사의 주가는 2008년 이후 등락률의 차이는 있더라도 주가의 방향성 자체가 달랐던 사례는 거의 없었는데, 짧은 기간이지만 유례없는 디커플링이 진행된 것이다.
기업의 가치가 예상 이익과 멀티플의 함수임을 감안하면 양사의 주가 방향이 갈린 원인은 예상 이익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양사의 이익 추정치 조정은 9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SK하이닉스에 대한 내년도 이익 예상치는 6% 하향에 그친 반면, 삼성전자에 대한 추정치는 기존 대비 33%가량의 하향 조정이 있었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이유이다.
또한 과거 사이클과 달리 멀티플에도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 현 주가 기준 삼성전자의 내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 SK하이닉스의 PBR은 2.1배 수준이다. 양사의 주가는 메모리 사이클에 따라서 불황기에 1배, 호황기에 2배 수준을 적용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기의 멀티플을, SK하이닉스는 호황기의 멀티플을 적용받고 있는 것이다.
이익 방향성과 멀티플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양사가 가지고 있는 전방 시장의 차이에 기인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모바일 산업에 대한 비중이 높고, SK하이닉스는 서버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의 경우에도 서버, 모바일, PC시장이 각기 다른 업황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그 정도가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AI 서버에만 채용되는 고부가 전용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등장하면서 모바일과 서버 시장에서의 메모리 업황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더불어 삼성전자 HBM의 엔비디아 채용이 시장 기대치 대비 현저히 늦어지고,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수율 개선과 공격적인 증설 움직임이 나타나며 회사의 기술 선도력에 대한 우려가 밸류에이션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은 8월의 경기 침체 우려와 급박한 조정이 무색할 정도로 양호한 경제 지표들을 확인하고 있다. 때문에 레거시 수요에 대해 한차례 낮아진 눈높이는 추가적인 악화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인다. 엔비디아 퀄(qualification)을 비롯해 삼성전자에 대한 주식시장의 기대감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느껴진다. 향후 벌어질 수 있는 HBM 헤게모니 변화를 더욱 기민하게 예측하여 반도체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차소윤 BNK자산운용 주식운용1팀장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들은 2023년 이후 시장을 주도해오다 지난 7월을 고점으로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조정을 촉발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저점 대비 유의미한 수준으로 올라가며 '샴룰'(Sahm Rule: 실업률 3개월 평균치에서 지난 12개월 저점을 차감해 산출. 0.5%p 상회 시 경기침체에 직면한다는 룰)에 의거한 경기침체 우려가 첫 번째다.
두 번째로는 빅테크들의 AI 투자 대비 성과 회의론에 따른 설비투자(capex) 축소 우려가 있다. 세 번째는 지난 1년간 가파른 주가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CTA(Commodity Trading Advisor·미국선물거래협회에 등록된 투자 헤지펀드) 매도, 여름 휴가시즌 등의 수급 요인이 중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미국의 실업률이 저점 대비 유의미한 수준으로 올라가며 '샴룰'(Sahm Rule: 실업률 3개월 평균치에서 지난 12개월 저점을 차감해 산출. 0.5%p 상회 시 경기침체에 직면한다는 룰)에 의거한 경기침체 우려가 첫 번째다.
두 번째로는 빅테크들의 AI 투자 대비 성과 회의론에 따른 설비투자(capex) 축소 우려가 있다. 세 번째는 지난 1년간 가파른 주가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CTA(Commodity Trading Advisor·미국선물거래협회에 등록된 투자 헤지펀드) 매도, 여름 휴가시즌 등의 수급 요인이 중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조정 이후 3개월이 지난 현재, 반도체 섹터 내에서는 전과 다른 주가 차별화가 발생했다. 조정 전까지는 반도체 업종 내 종목들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했다면, 조정 이후로는 소수의 종목들만이 7월의 고점을 돌파했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TSMC, 어드반트테스트 등 AI 핵심 종목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 외 대다수 종목들은 이전 고점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일부는 반등없이 지속 하락하였다. AI에 대한 매출 비중이 크고, AI에 관련하여 타사 대비 확고한 선도 위치에 있는 기업들에 대한 주가 차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7~8월 조정 국면에서는 동반 하락하였으나, 9월 이후 주가는 방향성을 달리했다. 메모리 사이클의 영향을 받는 양사의 주가는 2008년 이후 등락률의 차이는 있더라도 주가의 방향성 자체가 달랐던 사례는 거의 없었는데, 짧은 기간이지만 유례없는 디커플링이 진행된 것이다.
기업의 가치가 예상 이익과 멀티플의 함수임을 감안하면 양사의 주가 방향이 갈린 원인은 예상 이익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양사의 이익 추정치 조정은 9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SK하이닉스에 대한 내년도 이익 예상치는 6% 하향에 그친 반면, 삼성전자에 대한 추정치는 기존 대비 33%가량의 하향 조정이 있었다.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이유이다.
또한 과거 사이클과 달리 멀티플에도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 현 주가 기준 삼성전자의 내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배, SK하이닉스의 PBR은 2.1배 수준이다. 양사의 주가는 메모리 사이클에 따라서 불황기에 1배, 호황기에 2배 수준을 적용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기의 멀티플을, SK하이닉스는 호황기의 멀티플을 적용받고 있는 것이다.
이익 방향성과 멀티플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양사가 가지고 있는 전방 시장의 차이에 기인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모바일 산업에 대한 비중이 높고, SK하이닉스는 서버향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의 경우에도 서버, 모바일, PC시장이 각기 다른 업황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그 정도가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AI 서버에만 채용되는 고부가 전용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등장하면서 모바일과 서버 시장에서의 메모리 업황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더불어 삼성전자 HBM의 엔비디아 채용이 시장 기대치 대비 현저히 늦어지고,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수율 개선과 공격적인 증설 움직임이 나타나며 회사의 기술 선도력에 대한 우려가 밸류에이션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은 8월의 경기 침체 우려와 급박한 조정이 무색할 정도로 양호한 경제 지표들을 확인하고 있다. 때문에 레거시 수요에 대해 한차례 낮아진 눈높이는 추가적인 악화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인다. 엔비디아 퀄(qualification)을 비롯해 삼성전자에 대한 주식시장의 기대감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느껴진다. 향후 벌어질 수 있는 HBM 헤게모니 변화를 더욱 기민하게 예측하여 반도체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