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경쟁력 근간은 '잘 자기'…시장 폭발적으로 성장"
“최근 들어서야 사람들이 운동과 영양뿐 아니라 수면이 건강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 스탠퍼드대병원에서 만난 클리트 쿠시다 스탠퍼드대 수면센터장(사진)은 “수면은 장기 기능은 물론 낮의 업무 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증명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쿠시다 센터장은 수면의학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다. 1977년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잠자는 것에 관심 있나요?’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실험에 참여한 뒤 수면의학에 입문했다. 세계수면학회를 창립한 그는 수면 관련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월드슬립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

쿠시다 센터장은 슬립테크(수면기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갤럭시워치,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를 통해 자체적으로 수면 리듬을 측정하는 게 보편화하면서 ‘더 좋은 수면’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성인 인구의 약 80%가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며 “이 중 80%는 적절한 치료와 진단을 받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웨어러블 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수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슬립테크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슬립테크산업의 성장이 병원에는 타격이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웃으며 “물론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수면장애를 겪고 있음에도 비용, 시간, 거리 등의 문제로 진단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쿠시다 센터장은 “다양한 기기와 스마트폰 앱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접근성이 좋아지면 사람들이 자신의 수면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교육이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역시 ‘수면에 대한 사회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표로 국내외 여러 기업에 자문하고 있다.

좋은 잠을 위한 온도의 중요성은 그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으로는 빛, 소음, 온도 등 다양한 환경적 요소가 작용하지만 빛과 소음에 비해 그동안 온도에 대한 연구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쿠시다 센터장은 “렘수면 상태에서 몸은 체온을 잘 조절하지 못해 평상시 온도보다 3도가량 낮췄을 때 더 잘 자는 경향이 있다”며 “수면 리듬에 따라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기기가 있다면 수면의 질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시로는 인공지능(AI)으로 수면 리듬을 파악해 온도를 조절하는 에어컨이나 온수매트 등을 꼽았다.

자타공인 잠 전문가인 그는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 최소 일곱 시간 이상은 자는 것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은 매일 밤 9시에 잠이 들어 오전 5시에 일어난다고 말했다. 쿠시다 센터장은 “지금은 슬립테크와 수면의학을 구분 지어 말하지만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며 “개인 맞춤형 기술이 발전할수록 수면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