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수원(1월), 타임빌라스 수원(5월), 스타필드마켓 죽전점(8월), 동대문 던던(9월)…. 올해 문을 연 대형 쇼핑몰·마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이소가 입점했다는 것이다. 고물가 속 가성비 상품을 판매하는 데다 K뷰티의 새로운 판매 채널로 급부상한 다이소의 집객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다이소, 고객 엄청 몰리더니…쇼핑몰·마트 할 것 없이 '난리'
업계에선 이런 매장을 ‘앵커 테넌트’라고 부른다. 대규모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 핵심 점포란 의미다. 최근엔 다이소를 비롯해 올리브영, 무신사가 3대 주요 앵커 테넌트로 주목받고 있다. 어떤 테넌트를 유치하는지가 위기에 처한 오프라인 점포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자 유통사들은 임대료를 깎아주면서까지 ‘올·다·무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초대형 공간·명품 층도 선뜻 내줘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롯데 등은 올해 주요 점포에 다이소 매장을 들였다. 신세계가 지난 1월 야심 차게 내놓은 스타필드 수원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 2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 매장을 다이소에 내줬다. 롯데자산개발이 4년간 준비한 동대문 던던도 지역 최대 규모(1800㎡) 다이소 매장을 열었다.

업계에선 다이소가 복합쇼핑몰, 마트 등 테넌트로 들어간 매장이 올해 3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다이소 테넌트 매장은 △2021년 258개 △2022년 266개 △2023년 290개로 증가하는 추세다.

무신사와 올리브영도 마찬가지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금껏 로드숍 매장만 운영하다가 올해 3월 롯데 타임빌라스 수원에 처음으로 숍인숍 매장을 냈다. 이후 현대백화점 중동점, 갤러리아 광교점,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지역 거점 쇼핑몰 여덟 곳에 잇달아 들어갔다. 롯데백화점 해운대 센텀시티점은 명품 브랜드들만 모여 있는 1층 매장을 무신사 스탠다드에 내주기도 했다. 올리브영도 올해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전자랜드 대구 죽전점 등에 입점했다. 130여 개 테넌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유통사들의 올·다·무 유치전은 백화점, 마트, 쇼핑몰 간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과 맞닿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마트 할 것 없이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게 지상 과제가 되면서 테넌트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사이에서도 필수 관광코스인 만큼 신규 출점이나 리뉴얼 때 반드시 유치해야 할 ‘0순위’ 테넌트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유치 위해 혜택 주기도”

앵커 테넌트 유치는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최근 대형마트는 본 매장에서 식품 비중을 80~90%로 늘리는 추세다. 비(非)식품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테넌트를 늘리고 있다. 이마트가 죽전점을 리뉴얼할 때 테넌트 공간을 7260㎡에서 1만2210㎡로 확장하고 올리브영 다이소 등을 들인 게 대표적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다·무를 유치하기 위해 임대료 할인 등 혜택을 주기도 한다”고 했다.

테넌트의 힘이 커지면서 초대형 매장도 늘고 있다. 올리브영은 올 4월 스타필드 고양 매장을 기존보다 세 배 이상 큰 600㎡로 늘렸다. 전문 미용기기로 피부 상태를 진단하는 ‘스킨스캔’ 등 체험존도 설치했다. 다이소도 현재 전국에서 가장 큰 곳이 이마트 의왕점 내 매장(2750㎡)이다.

대형 쇼핑몰과 마트 등에 입점하는 경우가 늘면서 올·다·무도 매장 수 증가와 고객층 확대 효과를 보고 있다.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3조46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증가했다. 올해는 대형 쇼핑몰 테넌트를 확대해 매출 4조원을 넘보고 있다.

주 고객층이 20, 30대인 올리브영과 무신사도 복합 쇼핑몰 테넌트를 통해 40, 50대로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