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인 프랑스 로레알이 중국 수요 둔화와 고급 라인 부진으로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4% 급락했다.

'립스틱 효과'도 사라진 中…로레알, 3분기 매출 부진
22일(현지시간) 로레알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102억8000만유로(약 15조35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분기 매출 증가율로,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6%)에도 미치지 못했다. 로레알의 매출 증가율은 1분기 9.4%, 2분기 5.3%에서 3분기 3%대로 떨어지며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수요 약세로 북아시아 지역 매출이 6.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은 2.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FT에 따르면 세금이 낮은 지역에서 화장품을 구매해 중국 본토에서 판매하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에 대한 정부의 단속 강화도 판매 부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니컬러스 히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시장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면서도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믿고 있으며 정부의 부양책이 소비자 신뢰 회복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품별로는 고급 화장품 라인의 실적이 저조했다. 해당 부문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에 그쳐 예상치인 10.8%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로레알은 최근 3년간 팬데믹 등 여파로 생활비가 치솟으면서 ‘립스틱 효과’(경기 불황 때 립스틱 같은 저가 제품이 잘 팔리는 현상)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소득층 소비자마저 지출을 줄이면서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로레알 주가는 4% 급락하며 올해 하락 폭을 22%로 확대했다. 같은 날 동종 업계 에스티로더 주가도 1.8% 하락했다. 지난 15일에는 프랑스 럭셔리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매출 둔화를 보고하며 패션·잡화 기업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