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 팔고 꼼수 처방…'위고비' 불법유통 판친다
‘기적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는 위고비의 국내 출시 1주일 만에 온라인 불법 판매와 비대면 진료를 악용한 ‘꼼수 처방’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약품인 위고비는 반드시 처방전을 받아 약사 지도하에 투약해야 하지만, 단속이 어려워 불법 판매가 횡행하고 있다.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족이나 중고등학생도 손쉽게 접근 가능해 오남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구글에서 위고비를 검색했더니 카카오톡 아이디, 텔레그램 링크, 틱톡 등에 올라온 ‘위고비를 판다’는 한글 게시물이 수십 개 나타났다. 그중 한 업자의 카카오톡ID로 연락하니 용량별로 30만~80만원이라는 가격과 위고비 실물을 보유하고 있음을 인증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처방전 없이 위고비를 거래하는 건 불법 아니냐’고 묻자 그는 “택배로 비대면 거래하니 안심하라”고 설득했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 성인 비만 환자와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만 처방 가능한 치료제다. 고혈압 등 질환을 보유하면 BMI가 27을 넘어도 처방된다. 기존에 인기를 끌던 삭센다는 매일 투약해야 하지만 위고비는 한 주에 1번 주사하면 되고 반감기도 길어 찾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고비 꼼수 처방도 넘쳐나고 있다. 온라인엔 비대면 진료를 해주는 A플랫폼을 활용하면 8000~1만원에 처방전을 쉽게 받을 수 있고, 의사가 키와 몸무게, 질병 유무도 전혀 묻지 않는다는 ‘처방 노하우’를 공유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이미 다이어트족 사이에선 탈 없이 위고비를 싸게 구할 수 있는 ‘성지 약국’을 알리는 글이 X(옛 트위터) 게시물과 텔레그램 다이어트 링공방(카카오톡의 단톡방에 해당)에서 널리 공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지로 지목된 광주의 한 약국 관계자는 “택배로 의약품을 보내는 건 불법이지만, 원한다면 심부름센터를 통해 전국 어디서든 3만원에 보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 판매의 가장 큰 문제는 굳이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사람이 투약하거나, 투약이 금지된 청소년에게도 약물이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선 우울증과 자살충동 등 위고비의 부작용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위고비는 미용 다이어트약이 아니라 비만 치료제로, 당국의 불법 판매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