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3년까지 1700억원을 들여 100여 개의 전광판이 설치되는 ‘명동스퀘어’(조감도).  /서울 중구 제공
2033년까지 1700억원을 들여 100여 개의 전광판이 설치되는 ‘명동스퀘어’(조감도). /서울 중구 제공
서울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서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으로 이어지는 남대문로 일대가 초대형 옥외 전광판이 즐비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처럼 화려한 미디어 관광특구로 탈바꿈한다. 다음달 1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광판 점등식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2033년까지 디지털 전광판 100여 개가 들어선다. 이들 전광판에서 하나의 영상 콘텐츠가 동시 송출되면 가상현실에 서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타임스스퀘어처럼 서울 야경 명소로…

김길성 중구청장은 23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명동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명동스퀘어)’ 사업 추진 현황을 발표했다. 명동스퀘어는 작년 6월 행정안전부의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지정 공모에 제안한 11개 지역 중 최고 성적을 받아 통과했다.

구는 10년간 1700억원을 투자해 건물 외벽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16개와 거리 미디어폴 80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전광판 신설이 확정된 건물은 신세계백화점 본관·신관, 롯데백화점 본점(영플라자), 하나은행 본점, 교원내외빌딩, LDF롯데면세점 등 6곳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292.3㎡(가로 71.8m·세로 17.9m)에 달하는 대형 전광판 설치 공사를 마치고 다음달 1일 점등식을 연다. 화면 해상도는 8K(가로 8000픽셀)다. 김 구청장은 “단순히 전광판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상) 공간 하나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대문로와 명동 일대 주요 거리에도 전광판과 미디어폴이 들어선다. 내년까지 롯데백화점~영플라자 사이 거리와 명동길·명동8길·명동8나길 일대에 각각 미디어폴 14기, 40기가 세워진다. 을지로입구역 출입구에는 전광판 4기가 설치된다.

2단계(2026~2028년)로 명동 거리에 지능형 LED 가판대 10기, 퇴계로에 미디어폴 5기 등이 들어선다. 을지로입구역부터 4호선 명동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에는 4원색(C·M·Y·K)을 주제로 총 네 개 광장이 조성된다.

다만 현재 차량 통행 중심인 거리를 보행 친화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구는 지난해 서울시 ‘도시경관 개선사업 공모’에 선정돼 확보한 14억원으로 명동예술극장 앞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휴식공간을 만들고 보행 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100여 개 전광판에서 펼쳐질 가상현실

구가 꼽은 명동스퀘어의 차별점은 이들 전광판 및 미디어폴에서 하나의 영상을 동시 송출할 수 있는 ‘원싱크 통합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이다. 각기 다른 건물 광고판 사업자와 개별적으로 소통할 필요 없이 단일 플랫폼을 통해 광고 송출을 희망하는 구역과 세부 내용을 조율할 수 있다. 김 구청장은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올 4월께 ‘명동스퀘어 민관합동협의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협의회에는 중구, 행안부, 서울시, 미디어 광고 사업자, 명동관광특구협의회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한다. 협약에 따라 협의회는 CMS, 온라인 광고 플랫폼, 공공기여금 등을 총괄 운영한다. 미디어를 통해 송출할 콘텐츠도 심의·관리한다. 광고 사업자는 매출 일부를 협의회에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협의회는 이를 바탕으로 별도 기금을 조성해 지역 안전, 도로 정비, 행사 등에 재투자할 방침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