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원화 가치 하락)해 달러당 1380원을 넘어섰다. 미국 경제가 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환율 상승에 불을 붙이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공화당이 하원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가세하며 환율이 일시적으로 1400원 위로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불 붙은 환율 상승세…달러당 1400원 '눈앞'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2원10전 오른 1382원20전에 거래됐다. 지난달 30일 1307원80전에서 20여 일 만에 74원40전 상승해 7월 30일(1385원30전) 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외환당국은 구조적으로 환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탄탄한 미국의 경제 상황이다. 미국은 이달 들어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감소하는 등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3분기 성장률이 전망치(0.5%)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점도 원화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한·미 금리 차는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투자자들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투자를 늘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트럼프 트레이드는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의 관세 인상 공약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 등 교역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줄고 미국 금리 인하가 물가 반등으로 지연될 수 있어서다.

최근에는 미국 하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지면서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되고 하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하면 그의 공약이 모두 현실화할 수 있다”며 “행정명령만 가능한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파급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달러당 1400원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호조와 국채 금리 상승, 트럼프 당선 가능성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재료”라며 “트럼프 당선 시 환율이 재차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의지가 환율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이 일시적으로 달러당 1400원을 터치한 지난 2분기 외환당국의 달러 순매도 규모는 57억9000만달러로 1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달러당 1400원 부근에서 환율 방어를 위한 당국의 개입 의지가 뚜렷하게 확인됐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