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전자에 속타는데…삼성 '침묵'에 뿔난 주주들 [돈앤톡]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내 1등 기업 삼성, '밸류업 공시' 왜 안할까
5만전자에 주주들 속타는데
삼성 "밸류업 방안과 공시 신중히 검토 중"
전문가들, 여력 부족·금산분리 등 분석
5만전자에 주주들 속타는데
삼성 "밸류업 방안과 공시 신중히 검토 중"
전문가들, 여력 부족·금산분리 등 분석

2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한국거래소의 '상장기업 밸류업 준비현황' 설문 조사 결과 10대 그룹 중 삼성·한화그룹(상장계열사 포함)만이 "연내 밸류업 공시를 낼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전날까지 현대차와 롯데렌탈,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웰푸드, LG전자 등이 기업 경영·주주환원 세부 방향을 적은 '본공시'를 내놨습니다. 거래소의 참여 독려에 재계가 하나둘 응답하는 모양새이지만, 1등 기업 삼성은 다른 노선을 취한 겁니다.
'5만전자'에 주주들 속 타들어가는데…밸류업엔 침묵
국내 증시 시가총액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 100종목에 포함됐습니다. 시총과 2개년 실적, 주주환원책,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지수 편입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소액주주 수가 425만명에 달하는 '국민주'인 만큼 회사의 적극적인 주가 대응을 원했던 주주들로선 아쉬운 대목입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8일 3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나온 다음날 '6만전자'가 붕괴된 채 장을 마쳤고 현재는 '5만전자'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종목토론방에선 '밸류업 계획은 왜 발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주가 흐름이 부진한데 밸류업은 언제 하나' 등 토로 글이 적지 않습니다.
"삼성, 일단 실적부터 챙겨야…금산분리도 걸림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밸류업 공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밸류업 공시를 한 10대 그룹의 한 IR 담당자는 "거래소 밸류업 공시 간담회 때 삼성전자에선 '우리는 이미 많은 정보들을 공시하고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밸류업 공시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귀띔했습니다.
본업에서의 부진 때문에 밸류업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습니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미 잉여현금흐름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생기면 절반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한 올 초 약속도 못 지킬 상황인데, 더 의지적인 내용을 내는 게 무슨 소용이겠느냐"라며 "본업 개선이 선결 사항이라고 봤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한목소리를 내기 힘든 삼성그룹의 특징에서 이유를 찾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국내 5대 로펌 한 ESG 전문가는 "다른 재계는 지주(그룹)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내고 방향성을 맞춰서 계열사들도 궤를 같이 하게끔 하는 경향이 있는데, 삼성은 워낙 상장 계열사들이 많아 지주 차원의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은 계열사끼리도 경쟁관계여서 되레 외부에 자사 계열사들 현황을 묻더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금융 제조사로서 밸류업에 선도적이었던 금융사들과는 업태나 방향성이 다를 수 있다"며 "밸류업 공시만 안 하고 있을 뿐 주주환원에 대해선 연초 실적 콘퍼런스콜 등에서 꾸준히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밸류업 공시에 대해서도 방향성을 공감하는 만큼 현재 방안과 공시 등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