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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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주식에 투자했을 뿐 시세조종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 여사는 법원에서 이틀에 걸쳐 통정거래가 이뤄졌다고 인정된 계좌에 대해서도 주식 매도 기회라고 스스로 판단했고, 권 전 회장 측의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여사에 대한 20쪽 분량의 불기소 결정서에서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는 기업 경영인과 투자자의 관계로, 경영인으로서의 권 전 회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도이치모터스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사실이 있을 뿐 권 전 회장 등이 시세조종을 하는지는 전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권 전 회장이 소개한 주식 전문가들에게 증권 계좌를 일임한 적이 있을 뿐 시세 조종을 공모하지 않았고, 자신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되는 것도 몰랐다는 설명이다.

김 여사는 2007년 12월 구 도이치모터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2억원 상당의 주식을 배정받은 뒤 2009년 5월 21일 모두 매도했고, 같은 달 19일 권 전 회장이 운영하던 두창섬유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원어치를 블록딜로 인수해 한 달간 모두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는 이후에도 본인이 직접 운용하거나 투자를 일임한 6개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계속 거래했다.

검찰은 "김 여사는 상장사 대표인 권 전 회장을 믿고 초창기부터 회사 주식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여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 "주식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인 김 여사로서는 권 전 회장이 주포와 선수들을 모아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김 여사의 여러 계좌에서 시세조종 주문이 제출됐다는 것만으로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공모하거나 협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김 여사의 가담·방조를 입증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김 여사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불기소 결정서에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가 이뤄진 김 여사 명의 계좌 6개를 차례로 언급하며 이런 판단의 근거를 상세히 제시했다.

1차 주가 조작 주포인 이모씨에게 운용을 일임했던 신한투자증권 계좌에 대해선 "증권사 직원에게 구체적인 매수 수량·가격 등을 결정할 어느 정도의 재량이 있었고, 해당 직원도 시세조종성 주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김 여사는 매매 결과를 사후 보고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가 직접 운용했다고 진술한 대신증권 계좌에 대해서는 "권 전 회장 등으로부터 주식 매도에 관한 사전 연락이나 요청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김 여사가 시세조종 등 범행에 가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이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10만주와 8만주를 각각 매도했는데, 일부 매도 주문은 주가 조작 일당이 문자를 주고받은 지 7초 만에 나오기도 했다.

이에 권 전 회장 등의 1·2심 재판부는 이들 거래가 통정매매라고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여사는 검찰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량과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보고 매도 기회라고 판단해 증권사 직원의 조언을 받고 스스로 매매를 결정했을 뿐 권 전 회장 등의 매도 지시를 받거나 시세조종을 공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호재로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고 김 여사가 2010년 6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기존에 매집했던 주식을 분산해 팔기만 한 점 등을 김 여사의 주장에 부합하는 정황이라고 적었다.

또 김 여사가 가장 많은 수량인 27만주를 매도한 2010년 10월 8일에 대신증권 직원과 나눈 매매주문 녹음 파일을 보면, 김 여사는 권 전 회장 등과 협의하지 않고 증권사 직원과만 상의하면서 매도를 결정했다며 "시세조종을 공모한 사람의 태도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적었다.

검찰은 2010년 10월은 주가가 상승세여서 매도 적기였다면서 "설령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으로부터 매도 요청을 받고 18만주의 매도 주문을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이례적인 정도로 비경제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거래라고 보기 어렵다"라고도 설명했다.

또 "18만주 매매는 (주가 조작 세력 사이에) 주가 상승 없이 대량의 주식 물량을 이전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거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