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유 재고 급등으로 유가 1% 하락 [오늘의 유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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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치보다 크게 늘며 국제유가가 23일(현지시간) 소폭 하락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이 지역 상황이 여전히 석유 공급 전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만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보다 1.4% 내린 배럴당 70.77달러에 거래됐다. 12월 만기 브렌트유도 1.4% 하락한 배럴당 74.96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유가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
국제 유가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
미 에너지정보청(EIA)는 지난 11~18일 주간 미국 원유 재고가 전주보다 547만 배럴 늘어난 4억2600만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증가분은 로이터통신 전망치 27만배럴을 훨씬 웃돈다.

앤드루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에 원유 재고가 크게 늘며 지난주 감소분을 상쇄하고 있다"며 "이는 원유 수입이 회복된 데에 따른 결과이며 허리케인과 큰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밀턴의 영향으로 원유 수입과 수요가 함께 줄어들었지만, 원유 재고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정유 공장 시설이 계절적으로 가을 정비를 마치면서 가동률이 늘었고, 원유 처리량은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달러 가치 상승으로 석유 수요가 하락해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가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오후 6시 경(미국 동부 시간 기준)에 104.42를 기록하며 지난 8월 초 수준까지 올랐다. 달러로 거래하는 국제 유가 시장에서 달러 강세는 유로, 파운드 등 다른 통화를 가진 투자자의 투자 여력을 약화할 수 있다.
중동 긴장은 국제 원유 시장의 또 다른 변수다. ING 분석가들은 "시장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며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부터 이스라엘을 찾아 무장정파 하마스, 헤즈볼라와의 전투 중단을 촉구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블링컨 장관은 2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하는 등 일부 군사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언급하며 "이제 할 일은 인질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이 중동 순방에 나선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날도 레바논 항구 도시 티레를 공습했고,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향해 '정밀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얍준롱 IG 시장 전략가는 "시장 참여자들은 중동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휴전 협정은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