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 사진=AFP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 사진=AFP
여러 건의 성범죄 의혹을 받아 47년째 해외 도피 중인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91)가 51년 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사건에 대해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간) LA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이 1973년 로만 폴란스키에게 당시 LA에 있던 그의 자택에서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하며 작년 6월 LA 카운티 고등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내년 8월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합의로 종결됐다.

LA 카운티 고등법원 기록에 따르면 원고 측 변호사 글로리아 올레드는 이달 초 소송을 취하한다는 서류를 냈다. 올레드 변호사는 "소송의 양측이 상호 만족할 만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폴란스키 측 변호사도 "이번 여름에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LA 경찰국은 최근 폴란스키가 1974년에 한 소녀를 성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프랑스 출생으로 폴란드에서 활동한 폴란스키는 영화 '반항'(1965), '막다른 골목'(1966) 등으로 인정받은 뒤 미국으로 넘어와 '차이나타운'(1974) 등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각종 성범죄에 연루되며 해외 도피자로 전락했다.

1977년 LA에서 모델인 13살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진 폴란스키는 미국 검찰에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감형 협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판 중 해외로 도피해 현재까지 유럽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피아니스트'(2022)로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미국에 입국했다가 체포될 것을 우려해 시상식에도 불참한 바 있다.

지난 2010년에는 폴란스키의 '대해적'(1986)에 출연한 영국 여배우 샬럿 루이스가 자신이 16세이던 1983년 파리에서 그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밖에 폴란스키는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도 여러 건의 성폭행 의혹을 받았으나, 법정에는 단 한 번도 서지 않았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