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진=한경DB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진=한경DB
"오늘도 지옥이네요." (네이버 종목 토론방)

아모레퍼시픽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주가가 '12만원대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면서다. 설상가상으로 다음주 발표될 3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북미 외 지역 실적이 개선되고, 중국법인 구조조정이 끝나야 주가 반등의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4일 오후 1시55분 현재 유가증권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전일 대비 300원(0.24%) 내린 12만3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 7월 말까지 18만원을 웃돌았던 아모레퍼시픽은 8월 폭락장 당시 11만7900까지 밀린 후 9월 들어 소폭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달 초부터 전날까지 16.25% 다시 하락하며 12만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을 개인이 받아내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은 1132억원, 기관은 1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28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아모레퍼시픽은 이 기간 개인 순매수 8위에 올랐다.

주가 흐름이 부진해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2일 기준 NH투자증권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에 투자한 1만9860명 중 손실투자자 비율은 92.13%에 달했다. 투자자들의 평균 손실률은 29.69%로 집계됐다. 평균단가는 18만7717원이다. 전날 종가(12만2500원)에서 53% 올라야 수익권에 진입할 수 있다.

실적 우려에 상승 동력이 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46억원으로 3개월 전(1085억원)에 비해 반토막 났다. 매출액 추정치도 1조898억원에서 9824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31일 3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중국 법인은 아모레퍼시픽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업 비용 영향으로 연말까지 중국 법인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영업이익은 39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사업을 구조조정하며 관련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흥국증권은 중국 관련 적자 규모가 최대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 증권사는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기존 16만원에서 15만원으로 낮췄다.

다만 중국과 달리 북미 지역에선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한 코스알엑스(COSRX), 자체브랜드인 라네즈, 이니스프리가 북미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다. 이 연구원은 "최근 진행된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 코스알엑스, 라네즈의 핵심 제품이 아마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특히 코스알엑스는 견고한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2025~2026년 영업이익률 25.2~26.8%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부진의 끝이 보인다며 아모레퍼시픽에 목표주가 17만원을 제시했다. 이 증권사 정한솔 연구원은 "코스알엑스와 자체 브랜드의 서구권 매출 확대 기대감과 중국 실적 우려가 동시에 반영돼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주가가 안정적으로 오르기 위해선 북미 외 지역에서 성장성을 증명해야 하고, 중국 법인의 실적 개선도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