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시내의 한 자동차 운전학원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시내의 한 자동차 운전학원 /사진=연합뉴스
"경기가 어려우면 1종 '대형먼허' 취득자가 늘어요. 매년 전체 학원생 수는 줄고 있는데 그래도 대형면허 수업으로 근근이 유지하고 있네요. 특히 20~30대 취득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기도 A 운전 학원 이사 김모 씨)

저출산에 따른 면허 취득자 감소로 위기에 빠진 자동차 운전학원들이 1종 대형면허 수업을 통해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을 주는 해당 면허 취득이 공시생들 사이에서 필수가 되면서 2030 취득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4일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107만 명이었던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는 2022년 10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88만명을 기록했다. 인구 감소에 따라 18세 이상 학령인구가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이에 전국 자동차 운전학원도 줄줄이 폐업의 길을 걷고 있다. 경찰에 등록된 전국의 자동차 운전학원 수는 2019년 383개에서 지난해 356개로 약 7%가량 감소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200곳가량 줄어든 수치다.

업계가 불황인 가운데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학원들은 '1종 대형면허' 수업을 통해 그나마 매출을 보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해당 면허는 1·2종 보통 면허 취득 후 1년이 지났을 때 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취득자는 화물자동차, 건설기계 등을 몰 수 있다.

A 운전학원에 21년째 재직 중이라는 김 이사는 "이달 1·2종 운전면허(자동 및 보통) 수업을 신청한 학생이 100명 이하다. 작년 10월에 180명 정도였으니 거의 반토막 난 셈"이라며 "그런데 1종 대형면허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 도로 연수과 함께 학원의 주된 수입원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1종 대형면허를 취득하려는 20~30대 원생 수가 과거보다 늘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원래 대형면허 수업은 재취업이나 은퇴 후 운수업에 종사하려는 목적으로 수강하는 4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수강생 중 20%가 30대 이하다. 이 중 3분의 1은 여성"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B 운전학원 원장 이모 씨도 "수능 직후 2~3개월 정도가 최고 성수기이고 나머지는 비수기라고 봐야 한다. 비수기 땐 대형면허 수업으로 버티는데, 3~4년 전부터 20~30대 원생 수가 늘기 시작했다면서 "운전 경력이 부족해도 젊은 사람들이 시험 합격률도 꽤 높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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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을 두고 공무원 시험에서 1종 대형면허가 가산점 대상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해당 면허 소지자가 시험에 응시할 경우 경찰공무원 2점, 해양 경찰공무원 1점, 소방공무원 1점 등 가산점이 부여된다. 다만 경찰 직군은 내년부터 이 혜택이 폐지될 예정이다.

서울의 한 운전학원 강사 김모 씨는 "20대 학생에게 왜 대형면허를 따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경찰 공무원 시험 때문에 따는 거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당초 경찰 공무원을 준비했다가 올초부터 교도관으로 재직 중인 20대 임모 씨는 "공무원 경쟁률과 자격증은 별개다. 최근 경쟁률이 다소 떨어졌다고 해도, 남들이 다 갖춘 가산점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나"라며 "1종 대형면허는 공시생들에게 필수 자격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무원 준비생 사이에서의 '스펙 쌓기'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업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하다"면서도 "가산점 혜택을 주는 각종 자격증이 정말 해당 직군에 필수적인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밝혔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